청년들이 일군 민주주의 뿌리…이광재 장편소설 '청년 녹두'

2025-04-09

이광재 소설가 꼬박 1년 집필 '청년녹두' 출간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봉준의 청소년기 다뤄

동학사상 뿌리삼아 농민혁명 주역 성장한 청년들의 치열함 묘사

소설가 이광재가 꼬박 1년을 집필한 <청년 녹두>(도서출판 한국농정)는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 전봉준의 청소년기를 다룬 이야기다.

소설은 전봉준의 열두 살 때인 1866년부터 스물한 살이 되던 해인 1875년까지 십 년 간의 시간을 서술한다. 소설의 시간을 이루는 십 년의 세월은 조선의 안과 밖이 모두 혼란스럽던 시기였다. 체제의 모순이 심화되고,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이 수시로 무력 침범을 일삼았기 때문이었다. 전근대적 왕조가 붕괴됐고, 근대 사회가 열리던 변혁의 시대에 조선은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그야말로 민심과 민생이 악화일로로 치닫았다.

그렇기에 작가는 조선 내부의 사회모순과 가렴주구가 극심해지는 시대상을 단순 서술하지 않는다. 정치사적 격변을 당대 주요 양요들의 사건으로만 치부하기엔 그 시대를 겪은 인물들이 안쓰럽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근대 이후 오늘에까지 이 땅에서 겪고 있는 '양이(洋夷)’의 문제를 성찰할 수 있도록 섬세한 필치로 동학을 묘사한다.

“이제 왜구들은 조선을 제 집 강아지 다루듯 한답니다. 제 나라 임금을 천자라 칭하면서 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지요. 그래서 대원위 대감 시절엔 서계를 받지 않았던 겁니다. 그 일로 왜국 사신이 뻔질나게 드나드는데 여기 이 사람이 왜국에 다녀왔으니 물어보시우.”(본문 287쪽‘)

구한말 수차례 겪은 양요는 이 땅의 근세사가 겪은 과거사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지속해서 한국인의 삶에 작용하는 현실의 문제라는 작가의식을 엿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소설에서 '청년 녹두'와 그의 일행들이 양요(洋擾)와 양이를 대하는 비판적 시각은 큰 울림과 감동으로 와닿는다.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소설 <나라 없는 나라>와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 등을 펴내며 ‘동학’에 천착해 온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는 동학사상을 뿌리삼아 농민혁명의 주역으로 성장한 청년들의 치열함을 진지하고 절절하게 전달한다.

하원오 전봉준투쟁단 총대장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진정한 세계질서를 수립해야 하는 이 시대에 젊은 날 녹두장군의 발자취를 되짚어보는 '청년 녹두'의 출연은 뜻깊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1989년 녹두꽃2에 단편 ‘아버지와 딸’을 발표한 이광재 작가는 동학농민혁명을 천착하여 전봉준 평전 <봉준이, 온다>를 펴냈다. 이후 장편소설 <나라 없는 나라>로 제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단편집 <늑대가 송곳니를 꽂을 때>와 장편소설 <수요일에 하자> <왜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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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parkeun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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