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당 10톤 처리 거뜬... '탈염소 열분해유' 세계가 주목" [시경초대석]

2025-02-12

순환경제 선봉 '에코크레이션' 전범근 대표 인터뷰

폐플라스틱 열분해 설비·정제 기술 보유

자체 개발 촉매 활용... '탈염소 기능' 핵심

"폐플라스틱을 기름으로"... ESG 선도 박차

대규모 설비... 1회당 10톤 처리 가능

유지 비용 적어... 생산 가스로 연료 대체

정제 열분해유, 국내 대형 정유사 납품 中

"글로벌 진출 必... 상장 통해 기반 닦을 것"

"쓰레기가 돈이 된다"

최근 정부는 물론 기업까지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CE)'를 주목하고 있다. 순환경제란 가능한 오랜 기간 동안 제품을 사용한 뒤 재활용하는 생산 및 소비 모델을 말한다. 이 모델은 프로세스의 형태가 선형(liner)이 아닌 원형(circular)을 가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자원이 제품이 되고 사용 후 폐기물이 될 때, 이를 회복·재생하는 '폐쇄형 루프 시스템'이다.

수많은 순환경제 모델 중 하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이다. 한 국내 대기업 계열 석유화학사는 이를 중심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열분해'라는 재활용 방법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에코크레이션'이 꼽힌다.

인천 서구 소재 자원순환 기업 에코크레이션은 독보적 저온 열분해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이 기술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기계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름'으로 바꾼다.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연간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은 4억톤(t) 수준으로, 이 같은 증가세라면 2025년 11억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폐플라스틱 처리 방법 중 하나는 '소각'이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소각 시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 푸란, 납, 수은 등의 유해 화학물질과 함께 온실가스까지 대량 배출한다.

에코크레이션의 저온 열분해 기술은 '열'을 가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소각과는 전혀 다르다. 직접 가열해 태우는 방식이 아닌 자체 개발한 '열분해 플랜트'의 밀폐 공간에 폐플라스틱을 넣고 열을 가해 녹이는 방식이다. 이를 거치면 폐플라스틱 내 분자 구조가 바뀌게 되고, 연료로 활용 가능한 열분해유가 생산된다.

플라스틱 열분해 시장은 상업화 초기 단계를 거치고 있다. 기술 연구는 일찍이 이뤄졌지만 기술 개발 성공이 더뎠고 그만큼 검증도 지연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열분해 시장의 '고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초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열분해유 포함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16~17%씩 성장이 예상되는데, 국내에서는 석유화학 정유사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열분해 시장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향후 열분해 시장에서 안전성 검증, 오염물질 처리 등에 대한 대응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블루오션으로 부상 중인 열분해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에 맞는 대응 역량 확보가 필수라고 했다.

에코크레이션이 영위하는 사업은 크게 ▲폐플라스틱 열분해 플랜트 제조 및 판매 ▲열분해 설비를 통한 열분해유 판매 등 두 가지로 나뉜다.

그 중 핵심 기술은 플랜트 내 속해 있는 촉매와 촉매 탑이다. 촉매는 열분해유를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품질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전범근 에코크레이션 대표는 "자체 개발한 촉매와 촉매 탑 기술은 열분해 플랜트 가동 시 사고의 주 원인인 배관 막힘(clogging) 현상을 없애는 역할을 한다"며 "또 열분해유의 대형 수요처인 정유, 석유 화학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불순물, 염소(Cl)를 줄여 주는 탈염 기능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촉매 기술은 곧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코크레이션은 2019년 환경부 국책 연구과제 수행기업으로 선정돼 열분해유 내 왁스, 염소 등과 같은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촉매 기술 개발을 완료했고, 국내 최초로 환경부 신기술 인증을 취득했다.

아울러 해외 진출을 위한 ISCC(International Sustainability and Carbon Certification ) PLUS 인증,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 등록, 평가, 허가 및 제한 규정인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 인증 등을 획득했으며, 환경 규제가 비교적 까다로운 글로벌 정유사의 품질 테스트도 통과했다.

전 대표는 "과거 저온 열분해가 주목받으며 다수 신생 기업이 나타났지만, 기술 개발 한계로 유지되지 못했다"며 "그 기간 후에도 지금까지 성과를 이어 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이 탄탄하다는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에코크레이션의)촉매 기술은 불순물 정제율이 높다. 때문에 배관 막힘 현상 없이 기계가 안정적이게 구동되도록 해 주고, 높은 품질의 열분해유 생산을 돕는다"며 "국내 다른 열분해 플랜트는 대부분 무촉매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에코크레이션은 자회사 뉴에코원, 이앤씨연천 등을 통해 생산된 열분해유를 판매하며 '도시유전' 역할을 맡는다. 국내 대형 정유사에 열분해유를 납품 중이고, 최근에는 해외 정유사와도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국내에서는 폐기물관리법과 석유사업법상 열분해유를 원유 대체물질로 활용할 수 없었다. 이후 폐플라스틱 심각성 대두와 함께 환경부는 2022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폐기물 재활용 유형에 '폐플라스틱 열분해' 항목을 신설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8월 석유사업법 개정을 통해 석유화학공정 허용 원료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추가했다.

전범근 대표는 "국내외 정유사들은 ESG 경영 중 '환경'에 유독 더 집중한다"며 "열분해유에 대한 활용에도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열분해유 공급 시 정유사에서 원하는 인화점, SOx(황산화물), NOx(질소산화물), 염소의 함량 등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그중 염소 농도는 정유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요소"라고 부연했다.

그는 "염소 농도가 높을 시 열분해유 혼합 후 정제 과정에서 기계가 고장 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정유사들은 해당 항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유 염소 농도는 200ppm을 밑돈다. 이는 통상 500ppm 수준인 타사에 비해 절반 이하로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는 갈수록 더 좋은 품질의 기름을 요구하고 환경법 내 기준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연구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 플랜트는 생산부터 시운전, 설치검사 완료, 상용화까지 걸리는 기간이 약 1년 6개월가량인 거대 설비다. 1회당 10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고 회당 가동 시간은 14시간, 생산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 처리량의 평균 50% 수준이다.

그러나 유지를 위한 비용은 크게 들지 않는다. 생산 과정에서 함께 만들어지는 가스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범근 대표는 "(열분해 플랜트)가동 초반에는 LPG(액화석유가스)를 사용하다 일정 기간 후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세정해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며 "규모 대비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센서, 일부 모터 때문에 약간의 전략이 필요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플랜트 구동의 주연료가 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에코크레이션의 열분해 플랜트는 해외 주요국들에서도 화제다. 회사는 최근 일본, 영국, 미국 등의 기업과 플랜트 수출 계약을 마치고 출고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의 플랜트 관련 매출은 2022년 26억원, 2023년 30억원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대량 수주가 이뤄지면서 2024년에는 180억원(잠정액)으로 훌쩍 뛰었다.

전 대표는 "국내외 폐플라스틱 관련 사례를 살펴봤을 때, 해외에서는 비닐과 패트를 분류하지 않거나 오염물을 씻지 않고 버리는 등, 국내 대비 분리수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자사 플랜트는 플라스틱 종류나 오염물 등에 상관 없는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분리배출 미흡의 문제점을 피해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점을 고려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열분해 플랜트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대규모 설비인 만큼 애프터 서비스(AS)에 드는 시간, 인력 등이 많아지고, 대부분의 기업이 현지 AS를 선호하며 즉각 서비스를 제공받길 원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 대표는 "향후 플랜트 수출에 따라 현지 AS, 판매 편의성 등 부가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해외 자체 법인을 통해 판매와 영업 채널을 확대하고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마련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목표 달성 수단으로 IPO(기업공개)를 택했다. 공모자금은 고객에게 직접 대규모 가동 시뮬레이션을 제공할 대형 직영 사업장을 운영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아울러 계약 체결 내역이 있는 등 예상 수요가 확실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올해 상반기 내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한 뒤, 연내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달 회사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전 대표는 "상반기 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연내 이뤄질 상장을 통해 기술 인력 추가 확보, 해외 영업망 확충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폐플라스틱 열분해 시장이 태동기에 접어든 만큼, 이 같은 시점에 연구개발, 영업 등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시장 선도 기업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전범근 대표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자원순환 기술과 기업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 달라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에코크레이션을 지금까지 이끌어 오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인허가였다. 그 근간에는 민원이 자리했다"며 "(에코크레이션의)열분해 플랜트에 대해 정말 많은 검사를 진행했고, 냄새, 오염 물질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는데도 단순히 취급 원료가 '쓰레기'라는 것만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원순환 사업을 하면서 한 지역에 거주하는 거주민의 마음 역시 이해할 수 있기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고, 성장 과정에서 그 부분이 참 힘들었다"면서도 "지금은 영향이 덜한 지역을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어려움을 다소 덜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자원순환 관련 기업이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여러 면을 고려해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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