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가 만난 해외 전문가
앨런 말라흐는 미국의 도시계획 전문가다. 싱크탱크인 전미주택연구소(NHI)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한다. 신도시 등을 어떻게 만들고, 구도시를 어떻게 재배열할지 등을 연구하는 쪽은 아니다.
좀 더 큰 이슈가 말라흐의 연구 주제다. 인구 위기가 인류의 도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주로 살펴본다. 이런 연구의 종합판이 『축소되는 세계』란 책이다.
책에서 말라흐는 인구 위기가 본격화하면 도시(city)가 어떻게 소멸하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귀중한 자산으로 돌변한 사람이 떠나는 도시 내부에 어떤 사회·정치적 갈등이 터져 나올지도 경고한다.
글로벌 머니는 ‘인구 위기 와중에 다시 들썩이는 집값’이란 얼핏 모순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화상으로 말라흐를 인터뷰했다.

도시 vs 도시
먼저 배경을 세팅해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도시, 특히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의미가 궁금하다.
인류 역사를 보면, 도시는 경제활동의 허브였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공장(factory)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거대한 도시 중심이 형성됐다. 영국 산업혁명의 요람인 맨체스터나 버밍엄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람과 자원, 자본 등의 집중화(Centralization)가 이뤄진 곳이 바로 도시였다. 그런데 이 시기 도시는 지역별로 분산돼 있었다.
분산은 집중화와 어울리지 않는 말인데….
여기서 말한 집중은 농촌 지역의 인구 등이 도시로 모여드는 현상이다. 분산은 지역별 거점 도시가 여러 곳에 등장해 한 나라 안에 도시가 여러 곳에 퍼져 있음을 말한다. 자원이나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가 한 나라 안에 여러 곳에 있었다. 이렇게 분산된 도시가 20세기 들어 바뀌기 시작한다.
어떻게 바뀌기 시작했나.
미국의 경우 도시가 제조업 중심에서 기술과 문화, 금융, 기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제조업은 다른 나라로 옮겨갔다. 그 바람에 제조업 중심지가 시들었다. 영국 맨체스터나 버밍엄, 미국의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등이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경제적 기능을 잃었다.

대신 한 나라의 도시 서열이 바뀌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 영국에선 런던, 미국에선 뉴욕과 LA 등이 거대화했다. 산업구조가 제조업에서 기술과 문화, 금융 등 지식과 서비스 산업으로 재편하면서 농촌-도시 사이 집중화가 ‘도시-도시 사이 집중화’로 바뀌었다. 도시 간 승자와 패자의 엇갈림은 이제 한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의 현상이 서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가 거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