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임애지 “임신 못하면 어쩌나” 울컥…메달 따면 꼭 하고팠던 말

2024-09-06

2024 파리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임애지(25·화순군청)가 복싱 체급 문제로 급격하게 살을 찌웠다 뺐다 해야 하는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호르몬 이상을 고백하며 불임 걱정까지 하게됐다고 고백했다.

임애지는 지난 4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국제대회 끝나면 국내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데, 전국체전의 여자 계급은 3개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실제 2024 전국체전 체급 표에 따르면, 남자는 49㎏ 이하부터 91㎏ 이상까지 10개 체급으로 나뉘어있는 반면 여자는 51㎏, 60㎏, 75㎏으로 세 개뿐이다. 세계복싱협회(WBA), 세계복싱평의회(WBC) 등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여성 복싱 체급은 스트로(46.270㎏ 이하)부터 헤비급(90.70㎏ 이상)까지 무려 18개로 남성 복싱 체급(17개)보다 많다.

10년 전부터 국내 대회 체급 세분화 논의가 이뤄지긴 했으나 2024 전국체전에서도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파리올림픽에서 54㎏급에 출전한 임애지는 동메달을 확보한 뒤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체급이 없다. 증량과 감량을 반복하며 ‘내 정체성이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인 바 있다.

이날 방송에서도 그는 “현재 증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국체전에서) 60㎏급으로 뛰고, 끝나면 다시 또 국제대회를 위해 54㎏까지 감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살을 빼고 찌우고를 반복하다 보니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문제가 생겼다”며 “어느 순간부터 운동선수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급격한 체중 감량·증가를 반복할 경우 체지방량이 단기간에 급변해 여성 호르몬 분비가 교란될 수 있으며, 당뇨 위험도 커진다.

특히 임애지는 “사람 임애지의 삶을 생각했을 때 ‘내가 임신을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다”며 “이래서 선수들이 포기하는 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체급이 생기게 만들어야겠다 싶어 메달을 따면 꼭 얘기해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러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임애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54㎏급으로 처음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국내 대회에 60㎏까지 찌워서 출전했지만 또 실패했다”며 “나는 국내에서도 안 되고, 국제에서도 안 되는구나 싶었다”며 울컥했다.

메달을 따면 꼭 국내대회 체급 세분화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임애지는 “몇 ㎏급 선수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며 “(체급 문제에 대해)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저에게 이번 동메달이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가 없어서 체급을 안 만든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라고 생각한다”며 “체급이 없기 때문에 포기해서 선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거운 얘기를 꺼내든 임애지는 체중 조절의 비결을 묻자 “먹고 후회하고 먹고 후회한다”라고 답해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