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으로 천연가죽 대체… 車 시트에 ‘친환경’을 입히다 [대한민국 ESG 경영 리포트]

2025-03-25

‘에코 시트 로드맵’ 실천하는 현대트랜시스

천연추출 소재 개발·자원 재활용 주력

유해물질 저감기술로 ‘새 차 냄새’ 제거

인조가죽과 달리 방오제 안 써도 깨끗

소비자에 쾌적한 운전 환경 제공 나서

파워트레인 분야 전동화 중심 재편도

피마자씨·옥수수 등 다양한 원료 활용

“매립 시 기존 소재 대비 생분해성 우수

저렴하면서도 좋은 소재 찾는 게 관건”

21일 방문한 경기 화성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 오랫동안 최고급 자동차 시트 소재의 대명사로 여겨진 ‘천연가죽’을 대체할 재료 연구가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생활용품 등에 사용되는 실리콘으로 만든 실리콘 가죽 시트를 만져보니 부드러우면서도 몸에 착 붙는 듯한 질감이 느껴졌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기존 인조가죽에는 오염을 잘 지워지게 하기 위해 방오제라는 화학물질을 쓰는데 실리콘 가죽은 방오제 없이도 잘 지워지는 특성이 있다”며 “버려지는 가죽 스크랩으로 만든 재생가죽, 면·마 등 천연섬유가 적용된 원단 등도 시트 재료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흐름과 함께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에서도 친환경 기술과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 사업에서 천연추출 소재 등 기존보다 환경 영향이 적은 소재 적용을 확대하는 한편 또 다른 주력 분야인 파워트레인 사업에서는 탄소배출량이 적은 친환경차에 적용되는 전동화 제품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하고 있다.

◆‘새차 냄새’와 유해물질 저감 연구

현대트랜시스는 2019년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택 통합 출범과 함께 탄소중립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에코 시트 로드맵’을 수립했다. 로드맵에는 인간친화 기술과 자연친화 기술을 적용해 시트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담았다.

인간친화 기술은 고객에게 안락하고 쾌적한 운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새차 냄새’로 불리는 화학성분 냄새와 유해물질을 저감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난연제·오염방지처리제 미사용,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방출량 저감 등 ‘유해물질 제로화’ 기술과 냄새 제거, 공기정화, 오염·마모 방지, 온·습도 조절 등 ‘오감 만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시트 제조과정 중 커버링(덮개) 접착공법은 폴리우레탄을 불꽃으로 녹여 폼패드에 시트가죽을 붙이는 ‘화염 라미네이션’이 사용됐다. 현대트랜시스는 물을 기반으로 한 시트용 수성 접착제를 활용해 접착하는 기술을 2021년 세계 최초 개발해 접착물 재단 시 발생하는 스크랩 발생량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저감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음식물을 쏟거나 발자국 등 오염에 취약한 시트 표면의 오염을 방지하는 방오기술에도 유해물질 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소계 방오처리제를 사용하지 않고 시트 섬유원단 표면에 실리콘계 방오제를 코팅해 오염을 방지하는 방오처리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톨루엔계 원재료, 난연제 등을 줄여 냄새와 유해물질을 저감한 슬라브폼(자동차 내장재 소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죽 폐기물 재활용해 자원 순환

현대트랜시스는 국제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천연추출 소재 개발과 자원재활용 관련 기술 개발에도 핵심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2030년까지 시트의 화학섬유를 천연섬유로 30%까지 대체할 섬유원단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천연 면섬유 25%를 함유한 시트 커버링 직물원단 제작에 성공했다. 또 천연가죽 시트 제작 시 발생한 가죽 폐기물을 63% 재활용하면서 글로벌 재생 표준인증(GRS)을 획득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소재의 개발과 폐기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등 자원의 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연구과정에서 발생하는 한 달 약 7톤의 자투리 가죽을 재활용하기 위해 2020년 사회적기업 ‘공공공간’과 협업해 시트 폐가죽 업사이클링 브랜드 ‘넥스트제로’를 론칭했다. 이를 통해 2021년 시트 연구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활용해 명함지갑, 카드지갑 및 업사이클링 키링 제품 ‘업사이키링’을 선보였다.

폐차 시트의 천연가죽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현대트랜시스는 한국소재융합연구원, 한국섬유소재연구원, 충남대학교, 시트 관련 기업 등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국책과제를 2023년 하반기부터 91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수행하고 있다.

◆친환경 차량 파워트레인 확대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전환과 함께 현대트랜시스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같은 친환경 차량의 핵심부품인 파워트레인 개발도 연비와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기차용 상시사륜구동(AWD) 디스커넥터(DAS)는 도로 및 주행 상황에 따라 보조 구동축의 동력전달을 끊어 이륜구동으로 전환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방지한다. 효율이 약 6~8%의 향상되며 같은 배터리 용량 대비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도 길어졌다.

현대트랜시스는 파워트레인 제품 개발부터 사용 후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의 환경영향을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 폐기물의 감소와 용이한 재활용을 위해 폐자동차 처리지침(ELV)도 준수하고 있다. 이 지침은 폐차 시 재활용 및 재생 가능한 비율을 전체 차량 중량의 각 85% 및 95% 이상으로, 중금속을 배출하지 않는 순수 폐기량을 5%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이러한 전동화사업 전환, 지속가능한 제품 디자인 추진과 2040년 전 사업장 재생에너지 100% 전환 등을 통해 2045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준호 시트재료연구팀장 “바이오·천연소재 사용, 탄소 배출 줄일 수 있어”

자동차의 시트는 자동차 부품 중 엔진 다음으로 비싼 제품이자 실내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가장 큰 품목이다. 이런 시트의 유해성분을 줄이고 재활용·천연소재를 확대하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주요 기술 목표 중 하나다.

21일 경기 화성 현대트랜시스 동탄시트연구센터에서 만난 송준호(사진) 시트재료연구팀 팀장은 “시트에서 재활용 소재의 경우 2028년까지 비율을 15%, 2030년까지 2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폐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차처리지침인 ELV를 통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31년부터 신차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25%를 재활용 소재로 사용해야 한다.

송 팀장은 “폐 자원 수거업체가 적고 수거된 폐 자원의 순도가 낮아 다시 재활용을 위해 추가 공정 및 비용이 들어가는 등 양질의 폐 자원을 얻기가 어렵다”며 “시트의 강도, 마모, 오염성, 물성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기 때문에 100% 재활용재를 사용할 수는 없고 새 재료를 일부 섞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재활용 소재와 비교해 천연 소재는 수년 전부터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추출 원료는 피마자씨, 옥수수, 석영 등 다양하다.

현대트랜시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피마자 오일 추출물 20% 함량의 ‘바이오 폴리우레탄 폼패드’를 개발해 LF소나타에 적용했다. 차량 1대당 이산화탄소 1.08㎏ 저감효과를 낸다. 기존 시트의 석유계 소재를 천연광물 자원 석영에서 추출한 실리콘 소재로 대체한 ‘실리콘 인조가죽’도 2018년 현대트랜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G90과 그랜저 GN7에 활용하고 있다.

송 팀장은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소재는 화석연료 및 석유기반의 재료로, 이를 통해 제품을 만들 경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며 “바이오·천연 소재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줄일 수 있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도 저감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연재료를 첨가한 소재는 매립 시 기존 소재 대비 생분해성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차·기아를 넘어 리비안과 루시드 등 글로벌 전기차 스타트업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며 천연·재활용 소재 확대 적용을 모색하고 있다.

송 팀장은 “지속적으로 기술연구를 하고 있는데, 관건은 저렴하면서도 좋은 소재를 찾는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과 성능을 확보한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성=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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