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2024년에도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고, 스포츠를 매개로 우정을 나눴다. 경기장 안팎에서 기록 너머의 감동 스토리가 녹아들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부상과 체급 차를 극복하고 혼성단체전 동메달을 딴 한국 유도 대표팀의 처절한 도전기는 큰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독일과의 3위 결정전에서 안바울이 보여준 투혼은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뀐 현재까지도 뜨거움을 간직하고 있다.
66㎏급 안바울은 당시 단체전 6개 체급 가운데 남자 73㎏급과 여자 70㎏급에 나설 대표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한 단계 위 체급에 출전했다. 안바울은 앞서 한 차례 패했던 상대이자 자신보다 약 6㎏ 무거운 이고어 반트크와 골든스코어 경기에서 반칙승을 따내며 동료들과 함께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은 비인기 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빛’을 보는 거의 유일한 대회다. 그러나 올 여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개막 전까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부진한 성적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후 3년간 묵묵히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은 선수들은 ‘반전의 역사’를 쓰며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철인’ 김황태가 패럴림픽 남자 트라이애슬론에서 센강의 물살을 힘차게 가르는 장면도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저장됐다. 두 팔이 없는 김황태는 허릿심을 이용해 포기하지 않고 헤엄쳤다. 이후 사이클과 육상까지 무사히 마친 김황태는 1시간24분01초 종합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스포츠맨십과 함께 남북의 경계가 잠시 허물어진 순간도 여운을 남겼다. 올림픽 탁구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임종훈, 신유빈은 은메달을 획득한 북한의 리정식, 김금영과 금메달을 목에 건 중국 선수들과 시상식을 마치고 함께 ‘셀카’를 찍으며 우정을 나눴다. 이는 AFP통신이 선정한 올해 파리 올림픽 10대 뉴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프로야구에선 한 외국인 투수의 ‘진심’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KIA의 에이스 제임스 네일은 지난 8월24일 창원 NC전에서 타구에 맞아 턱관절이 골절돼 수술대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 등판하겠다는 일념으로 재활에 매진한 그는 삼성과 KS에 맞춰 복귀해 2경기 1승 평균자책 2.53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우승으로 돌려준 네일은 2025년에도 KIA와 동행한다.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정든 ‘안방’ 안필드를 떠난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의 뒷모습도 뭉클함을 줬다. 클롭 감독은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의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등 리버풀의 새 전성기를 열었다. 그는 올해 초 “에너지가 고갈됐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팬들은 오랜 기간 팀에 헌신한 클롭 감독의 선택을 존중했다. 지난 5월 울버햄프턴과 고별전에서 클롭 감독이 홈팬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마지막으로 호흡한 모습은 축구팬들의 뇌리에 박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