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감독의 동남아시아 성공기는 축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박기원(73) 감독이 태국 남자 대표팀 감독의 도약을 이끌어냈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의 성장을 조명했다. 태국은 그동안 여자 대표팀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꾸준히 출전하며 좋은 성과를 냈지만, 남자 팀은 아시아 무대에서도 돋보이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아시아선수권에선 한 번도 4강에 오르지 못하는 중하위권 팀이었다. 세계랭킹도 여자는 13위, 남자는 65위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안 챌린지컵에서 태국은 사상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VNL 출전권이 걸린 챌린지컵에 처음으로 나선 태국은 카타르에 0-3으로 져 더 큰 무대로 나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괄목한 결과였다. 올해 동남아시아 4개국이 참가한 리그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박기원 감독의 부임이 팀의 큰 전환점이 됐다. 2023년 FIVB 기술 및 지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박기원 감독은 태국 대표팀을 맡았다. 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기원 감독은 훈련과 전략을 새롭게 바꿔놓았다. 박기원 감독은 "배구에 대한 태도, 정신력을 강조했다. 소집 시간에 늦기도 하고, 배구에 대한 열정이 아쉬웠다. 배구협회와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문화를 바꾸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79년 국내 최초로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했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해 하부리그 팀들을 상위리그 팀으로 여러 차례 승격시켰다. 2002년부터 2005년에는 아시아 중위권이었던 이란 남자 대표팀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팀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놓았다.
이후 국내 프로팀을 이끌던 박 감독은 AVC 코치위원회 의장을 지내는 등 국제 배구계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러다 2021년 FIVB 권한 부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태국을 맡았다. FIVB는 '태국 대표팀에 필요한 자원과 코칭 스태프,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팀이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2년 동안 젊은 선수들로 조금씩 세대교체했다. 엄격한 훈련에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진심을 이해한 태국 선수들도 달라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결과도 나왔다. 박기원 감독이 챌린저컵 우승을 이끌자 태국배구협회는 계약 연장을 요청했다. FIVB는 '훈련의 집중도가 높아졌고, 그를 지휘하게 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커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운동 능력의 성장 뿐 아니라 규율, 팀워크, 정신 집중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박기원 감독은 "태국은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여자 대표팀의 성장을 일궈낸 경험이 있다. 협회도, 팬들도 그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남자 대표팀에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남자 대표팀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내 역할은 세계무대로 가는 고속도로 입구까지 끌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