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말 카카오에 인수된 라이브커머스 기업 그립컴퍼니가 4년째 적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였고, 우상향 흐름을 보이던 매출 성장세까지 꺾였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경영효율화 기조에 따른 결과로, 성장 기업에는 치명적인 경쟁력 저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2일 그립컴퍼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 품에 안기고 실적이 온기 반영된 2022년부터 연간 200억원 후반대 적자를 기록하던 걸 고려하면 손실 폭은 줄었다.
다만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그립컴퍼니는 2022년 87.5%의 성장률로 처음 매출액 100억원을 돌파(70억→131억원)한 뒤 이듬해 182억원을 기록해 매년 두 자릿수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7.4% 축소된 169억원에 그치며 카카오 계열사 편입 이후 처음 역성장 했다.
문제는 매출 축소가 기업의 투자 의욕 상실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라이브커머스와 같은 초기 산업은 손실을 보더라도 마케팅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발판 삼아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높여,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립컴퍼니도 카카오에 인수된 직후 마케팅 지출(광고선전비·판매촉진비)을 늘리며 투자를 본격화했다. 일례로 2021년 180억원대에 불과하던 영업비용은 이듬해 416억원을 넘기더니, 2023년에는 455억원까지 확대됐다.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 지출 확대의 영향도 컸다. 일례로 2021년 2억원에 불과하던 판매촉진비는 이듬해 86억원으로 43배나 늘었다.
이런 기조가 계속돼 2022년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는 각각 99억·87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36억·15억까지 축소됐다. 마케팅 비용 축소로 대표되는 비용효율화 기조가 기업 성장세(매출 기준)를 꺾이게 만들었다는 주장의 방증이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현상이 유지될 경우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비용적인 측면이 많다고 판단해 긴축 경영에 들어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업 성장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영효율화 기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문제 없지만, 이런 현상이 수년간 지속된다면 시장 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그립컴퍼니는 체질 개선을 통해 플랫폼 구조 고도화에 집중하면서 손실 폭을 축소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 대응해 선택과 집중을 꾀했다"면서 "불필요한 고정비를 절감하면서 커머스 크리에이터 생태계 구축과 데이터 고도화에 투자를 집중하며 올해 매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최대주주인) 카카오와 커머스, 콘텐츠의 양 분야에서 보다 긴밀한 협업을 통해 플랫폼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는 2021년 12월 그립컴퍼니에 1800억원을 투자, 지분 50%를 확보했다. 현재 48.18% 지분을 가진 카카오가 최대주주이고 창업자인 김한나 그립컴퍼니 공동대표가 2대 주주(지분율 17.02%)다. 카카오는 투자 당시 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사업자와 소상공인의 디지털전환(DT)을 돕는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