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영화 <서브스턴스>를 관람했다. 오랜만에 영화관이라는 공간에 갔기에, 향하는 길 내내가 설렜다. 그리고 이미 관람평을 간단히 들었던지라 영화 속 특정 장면에 대한 충격이라던가, 호불호에 대한 부분은 인지하고 봤다. 그러나 암전됐던 조명이 밝아지고,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는 동안 작품 속 묘사와 표현에 충격을 받아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귀가하는 길에 영화가 표면적으로 제공한 부분 외, 나만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곰곰이 고민했다.
“더 나은 당신을 꿈꿔본 적 있는가?” 포털에 검색하면 나오는 <서브스턴스> 소개의 첫 문장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현재의 본인한테 완벽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마어마한 자존감의 소유자이거나, 자신이 목표로 삼은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다 해내는 사람이면 예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본인 그 자체에 완벽히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감히 예상하는데 0에 수렴한다고 본다. 심지어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잠들기 전 “오전에 내가 왜 그랬을까, 아까 이렇게 이야기해야 했는데”라고 생각하며 매일 그날의 실수를 복기하고 부족함을 파헤친다. 이처럼 인간이라면 그게 누구든 본인에게 부족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외적인 부분을 비롯해 내적인 부분까지 아주 다양한 곳에서 속속 발견할 수 있다.
내가 갖고 있는 부족에 대해 고민하며,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연히 본인 중심으로 느끼는 부족에 대해 이야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의 첫 마디는 환경적인 부분에 속하는 ‘시끌벅적함’에 대한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떠들썩하던 집을 떠나 갑자기 혼자 조용히 살게 되며 느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늘 방에서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노래든, 드라마든, 라디오든 소리가 나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듣게 된다고 말했다.
본인도 지인과는 다른 영역이지만, 역시 부족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아직 깊지 않은 지식, 서투른 감정 표현, 주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활발한 성격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하나, 둘 따지고 보면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인간 하나에도 수십 가지의 부족이 있다. 만약 지인에게도 본인에게 느끼는 부족함만 이야기해 달라고 질문했더라면,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처럼 다들 살면서 최소 세 가지 이상의 부족함은 안고 다닌다. 그리고 이것들은 생각만큼 없애는 게 쉽지 않다. 심지어 한 가지를 보완하면, 또 다른 부족이 자연스레 따라오면서 죽을 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 근원은 더 좋아지고 싶고 더 완벽해지고 싶은 열망에서 시작한 거 같다. 그리고 가만 보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그냥 아예 파헤쳐 보는 것도 좋은 거 같다. 인생을 아주 긴 호흡의 게임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늙음을 두려워하기보다, 기다리고 또 기대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열망하던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초반에 언급했던 <서브스턴스> 소개 첫 문장이 다시금 떠오른다. 더 나은 본인은 단순히 남들이 원하는,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정 더 나은 스스로를 만드는 방법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다. 너무 자신을 미워하지 말자. 스스로 사랑하자.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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