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앵무의 겨울 일기최지원

2025-01-15

나는 앵무야,

오늘은 너무 추운 날씨야

발자국도 얼어붙어서

너무 심심해

혼자 떨고 있는 전봇대야

안녕~

구석에 찌그러진 깡통아

안녕~

어쩌다 지나가는 자전거야

안녕, 안녕~

심심하기는 마찬가지야

전깃줄에 거꾸로 매달려

나에게도 안녕, 안녕~

싸늘한 바람 불어

새파랗게 질린 안녕만

꽁꽁 언 바닥을

데굴데굴~~

◇최지원= 2016년 계간 《시산맥》 등단, 11회 최치원 신인 문학상. 2019년 16회 황금펜 아동 문학상. 2020년 대구 출판 지원금 수혜. 2021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금 수혜. 2023년 아르코 창작 발표 지원금 수혜. 2023년 제6회 김명배 문학상 수상. 2024년 대구문화예술 창작지원금 수혜. 동시집 ‘초승달 지팡이는 어디에 있을까’, ‘목련이네 응원레시피’(2024, 시산맥사) 시집 ‘얼음에서 새에게로’가 있음.

<해설> ‘목련이네 응원레시피’(2024, 시산맥사)을 읽었다. 평소 나름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웅숭깊은 사유를 자유로운 문장으로 구사하는 등 문단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는 낯익은 이름 최지원 시인의 동시집이었다. 말하고 답하는 사물들의 살아있는 감정, 행위, 진술 등을 통해서 동심의 또 다른 따듯한 세계를 보여주는 시인의 동시는 신선함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가 시에서 추구하는 관념 너머의 관념 혹은 보이는 정황 너머의 진실을 찾아가는 어떤 여정이 무겁고 침침하고 절박한데, 비해 동시는 이렇듯 발랄할 수 있다니, 그가 추구하는 시와 동시가 상반된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은 서로 어떤 버팀목이 되어 나름의 큰 세계를 그리려는 건 아닐지. 아무튼 앞으로가 주목되는 시인인 건 틀림없다. 나는 앵무라서 물음을 계속 던지는 정황과 겨울 추위가 걱정인 여타의 사물에 안녕을 건네는 앵무의 속마음이 동심을 잘 자극하는 좋은 동시여서, 마음의 바닥까지 따듯하게 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