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같은 K주총'..."한국, 주주 참여 장치 부족" [K주총의 그늘]

2025-04-14

지난해 11월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에서 발표한 ‘미로 같은 한국 주주총회에서 길찾기(Navigating the Korea AGM maze)’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한국에 파장을 일으켰다. 보고서는 한국의 주주 총회 제도가 20년 전에서 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ACGA는 아시아 기업의 거버넌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스테파니 린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 한국·싱가포르 총괄연구원은 최근 중앙일보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도 “한국 주총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주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한국 주총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린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한국 주총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4일이라는 짧은 소집 통지 기간은 시대에 뒤떨어져 지고, 글로벌 기준에도 뒤처져 있다. 글로벌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은 28일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이처럼 짧은 기간은 특히 외국인 주주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주총에 의미 있게 참여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다른 문제는 주총 날짜가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이 같은 날에 주총을 개최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참여가 제약된다. 대만의 ‘쿼터제’나 싱가포르의 일정 조정 방식처럼 주총 날짜를 분산하는 제도를 참고해야 한다.

(대만은 ‘쿼터제’를 운영해 상장기업의 정기 주총 개최를 하루 100회로 제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상장기업 주총 모범 관행 가이드’를 통해 대형 상장사의 경우 거래소에서 미리 주총 일정을 알리도록 하며, 거래소는 다른 주요 상장사와 일정이 겹치지 않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두고 있다.)

한국 주총 제도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특히 불리하다고 보나

그렇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주총에 참여할 때 발생하는 절차적·물리적 장벽이다. 구체적으로 짧은 소집 통지 기간, 영어 자료 부족, 복잡한 참석 서류 등이 문제다. 특히 통지 기간이 짧다 보니 외국인 투자자에게 실질적인 검토 시간이 거의 주어지지 못한다. 보통 주총 3~5일 전에 검토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심지어 겨우 반나절의 검토 시간만 주어진 사례도 있었다. 게다가 중요한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등은 주총 1주 전에야 공개되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주총 제도에서 정보 공개는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과 달리 미국과 호주 등 주요국은 이사와 경영진 보수를 개별 수준까지 투명하게 공시한다. 미국은 급여, 보너스, 주식보상, 기타 혜택까지 상세히 명시한다. 여기엔 CEO 보수 비율, 성과 연동 구조까지 포함된다. 호주는 주총에서 보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주요 임원 보수와 결정 원칙을 법으로 명시한다.

한국 주총에선 주주들이 충분한 발언권을 가지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해외는 어떠한가.

전 세계적으로 주총 안건에 질의응답(Q&A) 시간을 명확히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주주가 이사회 및 경영진과 소통할 기회를 보장해 준다. 홍콩은 상장 규칙에서 주주가 질문하고 응답받을 권리를 명시하며, 싱가포르도 주주와의 소통을 기업의 의무로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 상법과 기업지배구조 규칙은 주총에서 주주의 발언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 개정을 통해 이사회 구성원, 특히 사외이사가 반드시 주총에 참석하여 주주 질의에 직접 응답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주총 제도 개선을 위해 한국 금융당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금융위원회, 법무부, 한국거래소 등은 주총과 관련한 고질적인 문제들(짧은 통지 기간, 쏠림 현상 등)을 해결할 책임이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총 통지 기간을 최소 28일로 연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 문턱을 낮추고, 주주 질의 시간 확보를 의무화해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싱가포르는 가이드를 통해 주총 투명성, 참여도, 거버넌스 기준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홍콩 역시 이사회 의장 및 사외이사의 주총 필수 참석과 주주 발언권을 명시한 지침을 제공한다. 한국거래소도 주총 관련 모범 사례 가이드를 마련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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