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상용화 속 고효율·친환경 중심의 자립 생태계를 조성해 데이터센터를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4일 발간한 ‘AI가 촉발한 데이터센터 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데이터센터는 84개다.
이는 전 세계 22위에 그치는 수준이다. 1위 미국(3811개)과의 격차는 45배까지 벌어졌다. 관련 국내 투자 유치 규모 역시 85억 달러로 10위에 불과했다.
무협은 전력 인프라가 미비한 점이 한국을 데이터센터 불모지로 전락시켰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으로 전력망 부담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에너지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국산 장비 활용 비중도 낮고 데이터센터가 전략 인프라로 인정받지 못해 세제·입지 등 제도적 지원이 미흡한 점도 약점으로 평가됐다.
무협은 한계를 극복하고 데이터센터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AI 반도체, 전력 인프라, 냉각 시스템 중심의 전략적 접근을 제안했다. 특히 고전력 연산용 친환경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국내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인 저전력 AI칩 NCU(신경망처리장치)를 기반으로 한 소형 데이터센터에 대한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협은 데이터센터를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디지털 수출 전략산업 및 인프라’ 지정 및 범정부 컨트롤 타워 구축 △‘국가 전략기술 사업화 시설’ 지정 및 세액 공제율 상향 △국산 기술 내재화를 위한 전주기 연계 지원 확대 △K-수출형 표준 모델 구축 △비수도권 친환경 클러스터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은 이미 주요국가의 주요 과제로 자리매김했다. 2003~2021년 주요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연평균 성장률이 21.1% 수준이었으나 생성형 AI가 화두가 된 2022년 이후에는 169.4%로 급증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 역시 2023년 3728억 달러에서 2029년 6241억 달러로 67.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미국은 데이터센터를 국가 안보 시설로 지정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활용 등 차세대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로 범부처 본부를 구성해 ‘녹색전환 디지털 클러스터 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센터의 입지·전력·기술실증을 통합 조정하는 패스트트랙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과 중국은 외국 자본의 100% 사업 소유 허용과 같은 규제 완화를 통해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진실 무협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AI 서비스 △설계·시공·운영의 통합 인프라 △반도체·냉각장비·전력기기 등 연관 부품까지 생태계 전반을 동반 수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미국·중국 등이 데이터센터를 국가 전략시설로 적극 육성하는 만큼 한국도 데이터센터를 국가 디지털 역량의 핵심 기반이자 전략적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수출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