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보다 빠른 습관, 우리 농가의 안전을 지킵니다

2025-12-17

겨울이 되면 축사마다 분주한 손길이 이어집니다.

찬바람을 막기 위해 히터를 켜고, 가축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열선을 돌립니다. 하지만 따뜻함을 위한 그 불빛이, 방심 한순간에 재앙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축사나 비닐하우스에서의 화재 소식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작은 불티 하나가 수년간 쌓아온 땀과 노력을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한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일하시는 농민 여러분께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드는 시련이 됩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축사 화재의 절반 이상이 전기적 요인에서 비롯됐습니다. 문어발식 전기연결, 노후된 배선, 먼지와 습기가 뒤섞인 환경이 주요 원인입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열풍기, 난방기, 펌프 등 전력 사용이 급증해 위험이 커집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결국 큰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방심이 한순간에 가축 수백 마리를 잃는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따뜻함을 위해 켠 전기기구 하나가, 순식간에 생계 전체를 위협하는 불씨가 되는 것입니다.

화재를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점검’입니다.

전선 피복이 벗겨졌거나 콘센트가 헐거워졌다면 즉시 교체해야 합니다.

전기멀티탭을 겹겹이 연결하는 문어발식 사용은 절대 금물이며, 누전차단기를 설치하면 예상치 못한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축사 안팎의 먼지는 열을 잘 축적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청소가 필수입니다. 하루의 시작과 함께 전원을 확인하고, 하루의 끝에 플러그를 뽑는 습관만으로도 화재 위험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점검은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가족과 가축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간단한 보험입니다.

난방기 주변의 정리정돈도 중요합니다. 사료 포대, 건초, 볏짚 등 가연물은 반드시 열원으로부터 떨어진 곳에 두어야 합니다. 히터나 열풍기와는 최소 1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보일러실은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가축의 체온 유지를 위해 보온덮개나 천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전열기 과열이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뜻함을 지키려다 더 큰 위험을 만드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가장 안전한 농장은, 기본을 지키는 농가에서 시작됩니다.

소방시설의 준비는 내 농가를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분말소화기 한 대, 단독경보형 감지기 하나가 초기 화재를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축사처럼 화재 확산이 빠른 구조에서는 “1분의 대응”이 “한 생명의 차이”가 됩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 전원 차단 위치, 가축 대피 경로는 가족과 함께 일하는 직원 모두가 숙지해야 합니다. 평소 몇 번의 반복된 연습과 점검이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는 힘이 되고, 생명을 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우리 조합에서도 조합원을 대상으로 전기안전 교육과 시설점검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내 소방서와 협력해 농가 화재예방 캠페인, 안전장비 보급, 전기 안전진단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지원과 교육이 있어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농가의 관심과 실천입니다. 불은 누구에게나 날 수 있지만, 그 피해를 줄이는 것은 결국 평소의 습관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경각심 하나가 큰 재난을 막습니다.

오늘 하루, 내 축사의 콘센트를 한 번 더 살펴보는 일. 그 단순한 행동이 가족의 삶을, 그리고 부안의 농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따뜻함을 위한 불빛이 다시는 눈물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안전한 겨울을 준비했으면 합니다. 화재 예방의 출발점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제가 먼저 확인하겠습니다”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이 작은 다짐 하나가 내일의 안전을 만들고, 그 마음이 모여 부안의 농·축산업을 더욱 단단하게 지켜낼 것입니다.

오교율 고창부안축협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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