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연구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발표
고도 14.5㎞서 ‘초대형 산불 연기 입자’ 확인
햇빛 튕기는 거울…“기후연구에 반영해야”


지상의 초목을 태우고 높은 고도로 치솟은 산불 연기가 지구에 예기치 않은 기온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미 하버드대 연구진은 산불 연기가 지구 냉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대형 산불로 발생한 연기가 높은 고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대형 산불 때 나타나는 기상 현상인 ‘파이로적란우 뇌우’ 때문이다.
강한 상승 기류를 동반하는 파이로적란우 뇌우는 산불 연기를 최대 약 16㎞ 상공까지 밀어 올린다. 위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 정도 고도는 대류권 최상층과 성층권 최하층이 맞닿는 경계부다. 여기서는 공기 흐름이 안정적이다. 이 때문에 산불 연기 입자가 최장 수개월까지 공중에 머문다.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연기 입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면 일단 입자를 채집해야 한다. 하지만 보통 비행기로는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인 제트기 최대 순항 고도는 약 10㎞이기 때문이다. 연구를 위한 재료를 수집하는 것조차 어려웠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특수 항공기 ‘ER-2’를 빌려 문제를 해결했다. 고고도 군용 정찰기 ‘U-2’를 바탕으로 개발된 ER-2를 2022년 6월 뉴멕시코주에서 일어난 산불 발생 직후 고도 약 14.5㎞에 투입했다. 산불 연기 입자의 최고 상승 고도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그러고는 산불 연기 입자를 끌어모아 기내에 탑재한 측정 기기 안에서 분석했다.
연구진은 공식 자료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큰 연기 입자들이 발견됐다”며 “이 때문에 해당 고도에서 뚜렷한 냉각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연기 입자 지름은 50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다. 지상 근처 연기 입자의 2배에 이른다. 연구진은 “큰 연기 입자가 튕겨내는 태양 복사량이 작은 연기 입자보다 30~36% 많았다”고 했다. 큰 연기 입자가 대형 거울 역할을 한 셈이다.
연구진은 연기 입자 지름이 커진 이유에 대해 “조사 대상 상공의 공기 흐름이 느렸기 때문”이라며 “연기 입자가 밀집된 채 오래 머물면서 상호 간 응집이 더 잘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후 평가 모델은 이렇게 큰 연기 입자가 높은 상공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만들어졌다. 산불이 어느 순간 뜻하지 않은 전 지구적 기온 저하를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산불 연기에 의한 냉각 효과는 예측이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상쇄하는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연구진은 “향후 연기 입자의 특성을 기후 예측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