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의 ‘현재 비용’ 계산해보니 미국 소득 12% 줄어?

2025-12-17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의 경제적 비용을 ‘미래 피해’가 아니라 ‘현재 손실’로 측정한 연구가 나왔다. 애리조나 대학 엘러 경영대학원의 APS 경제학 교수 데릭 르모인(Derek Lemoine)은 기후 변화가 이미 미국의 소득을 약 12%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됐다.

르모인은 “우리가 가진 데이터로 이미 기후 변화로 인해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절망적인 일”이라며, 정책 결정과 기업 투자에서 ‘현재의 기후 비용’을 정량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연구들은 특정 지역의 단기적 기상 변동과 경제활동의 관계에 주로 주목해 왔다. 이 접근으로는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이 미국 소득에 1% 미만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르모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르모인은 기후 변화의 연도별 지속성, 전국적 동시 영향, 지역 경제 간 연관성(무역·가격 파급)을 함께 고려하자 손실 추정치가 약 12%로 크게 뛰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수치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실제 효과가 “분명히 1%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르모인은 “실제 비용의 상당 부분은 전국의 기온 변화가 가격과 무역에 파급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며 “우리가 사는 곳의 날씨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모든 지역이 동시에 영향을 받으면 경제적 결과가 빠르게 합산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를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경제력’으로 측정하기 위해, 인간 배출이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를 각각 시뮬레이션하는 기후모델 결과를 활용했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가 없었더라면 각 카운티의 날씨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를 추정했다.

그 다음 단계로는 1969년부터 2019년까지 경제분석국(BEA) 기반의 카운티 단위 1인당 개인 소득과 일일 기온 데이터를 결합해, 더운 날·추운 날의 빈도 변화가 소득에 미친 영향을 지역·전국 수준에서 함께 추정했다. 르모인은 이렇게 온도 변화 패턴의 경제적 효과를 보다 세밀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소는 무역을 통해 연결되므로 캘리포니아나 아이오와의 기온이 애리조나의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러한 주 간 연결이 지역 기상 변화를 전국적인 경제적 영향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흔히 기후 피해의 상징으로 거론되는 허리케인, 산불, 홍수 같은 극한기상의 직접적 경제 피해를 측정하지 않는다. 대신 더 더운 날이 늘고, 추운 날이 줄어드는 일상적인 온도 변화가 개인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르모인은 온도가 광범위하게 관측·추적 가능하고, 기후 변화를 경제활동과 일관되게 연결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밝혔다. 즉 재난 한 번의 피해가 아니라, 매년 누적되는 기온 변화가 생산성·물가·무역·에너지 수요 등을 통해 비용으로 전환되는 경로에 주목한 셈이다.

르모인은 기후 변화를 미래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 요인으로 다루면, 기업의 의사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해마다 기온 변화가 물가, 생산성, 지역 간 무역, 에너지 수요를 흔들고 이는 곧 비용과 리스크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적응 자원을 어디로 이끌지 결정하려면 현장에서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기후 변화로 인한 현재의 경제적 영향을 측정하는 일이 기업의 입지 선택부터 보험 적용, 회복탄력성 계획까지 다양한 판단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르모인은 고용·인플레이션 등 다른 경제지표를 추적하듯, 기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을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데 자신의 프레임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숫자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고 싶다”며 “매년 계산이 가능하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환경·사회 시스템을 설계하며 지구 변화의 예측과 통합에 초점을 둔 애리조나 회복탄력성 연구소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으며, 해당 연구소가 초기 단계 자금으로 프로젝트 출범을 지원했다고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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