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매각이 진행중인 반도체 전공정 장비사 HPSP의 인수후보가 MBK파트너스를 비롯한 5곳으로 압축됐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PSP의 대주주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와 매각주관사인 UBS는 연휴 직후 예비입찰을 실시해 MBK파트너스 등 약 5곳의 인수 적격후보(숏리스트)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측은 두 달 간의 실사과정을 거친 뒤 올해 4월 중 본입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MBK파트너스 등 원매자는 실사 후에 본입찰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상은 크레센도가 보유중인 HPSP 지분 40.9%다. HPSP는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5위 기업이다. 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조4340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만 해도 크레센도 보유지분 몫은 약 1조원이다. 이에 더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면 1조원 중반대에 매각가가 형성될 전망이다.
HPSP는 반도체 전 공정에 필요한 열처리 공정(어닐링) 장비를 제조·공급하는 회사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계면 결함이 생기는데, HPSP는 이를 비활성화하는 어닐링 장비를 공급한다. HPSP는 고압수소 어닐링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HPSP는 해당 장비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TSMC를 비롯한 국내외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HPSP는 지난해 1~3분기 매출 1147억원, 영업이익 58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0.6%에 달한다. 기술장벽이 높고 독점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 유망 기업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이 때문에 일각선 HPSP를 반도체 노광장비를 독점하며 ‘슈퍼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에 빗대 ‘한국판 ASML’로 불리기도 한다.
HPSP 입찰전엔 MBK뿐만 아니라 글로벌 SI(전략적투자자)와 FI(재무적투자자)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사업자 입장에선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과 연관이 있는 HPSP가 매력적인 매물이기 때문이다. HPSP의 실적이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한 지점이다. HPSP는 지난 2019년 매출액이 251억원에 불과했는데, 불과 4년 만에 실적이 5배 이상 성장했다.
크레센도는 지난 2017년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들여 HPSP 경영권을 인수하고, 이후 2022년 HPSP를 상장시켰다. 만일 ‘조 단위’로 HPSP 지분 40.9%를 팔게될 경우, 크레센도는 100배 가량의 차익을 볼 전망이다. 이는 국내 PEF(사모펀드) 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규모 차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