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방산업체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지정되며 한 가지 방산물자에 복수의 방산업체가 지정되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함정과 같은 대규모의 사업은 방산업체가 복수로 지정되면 연구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소모적인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의견과 방산 프로세스 개선 의미가 있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방위산업물자 및 방위산업체 지정 규정에 따르면 '방산물자 또는 방산물자 지정 신청한 품목을 생산하고자 하는 자'는 방산업체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특정 방산물자의 개념설계, 기본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도 방산업체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기류 등 방산물자의 경우 복수로 방산업체가 지정되는 경우가 있다.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지 않고 개발기간이 짧으며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산물자의 경우 다수의 업체에서 조달을 할 수 있게 복수의 방산업체를 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함정의 경우 개발 기간이 길고 투입되는 재원이 크며 시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에 통상 기본설계를 진행한 업체가 단독으로 방산업체로 지정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까지 연속적으로 맡는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KDDX의 방산업체가 복수로 지정된 것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기본설계 업체가 아닌 타 업체가 방산업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열리면 기본설계 업체의 박탈감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 방위사업청의 사업 추진 방식 및 사업자 선정까지 기다려야 하는 만큼 소모적인 경쟁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방산업체 복수지정을 계기로 방위산업 프로세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함정 등 대규모 방산산업의 편의를 위해 기본설계 업체의 연속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닌 개념설계와 기본설계에 대한 보상을 확실하게 하고 경쟁을 통해 더 많은 선택지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부정행위 적발 시 강력한 패널티 부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KDDX 방산업체 복수지정의 실효성을 지금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 “방사청의 사업 추진 방안과 더불어 양사가 공동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