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한식에는 나물이 많이 사용된다. 음식에 나물을 이용하는 문화는 한식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많은 종류의 나물을 이용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종류의 나물을 식용해 온 문화적 배경에는 사계절이 뚜렷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추운 겨울을 지나 새싹을 내미는 봄나물은 귀한 녹색 채소였다. 해동이 된 땅 사이로 나오는 새싹에는 식물이 갖는 고유의 독성물질이 적은 편이어서 먹을 수 있는 봄나물에 제약이 적었다.
채소를 사시사철 먹을 수 있게끔 된 시설재배가 거의 없었던 시절에 기나긴 겨울의 끝자락에 새싹을 내밀었던 봄나물은 봄의 신호였다. 봄나물의 새싹이 올라 올 때쯤에는 산과 들의 나물이 봄 처녀들을 유혹했고, 나물을 뜯거나 캐는 것은 야외 활동의 시작이었다.
나물을 캐기 위해 야외로 나오는 순간 겨울 동안 움추렸던 몸과 마음이 풀어지면서 기운이 넘쳤고, 그 에너지는 나물을 캐고,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데 사용했다. 반백 년이 지금 생각해 보아도 이른 봄 음식에 사용할 나물을 캐기 위해 야외로 나갔을 때 마음이 들뜨고 즐거운 기억은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른 봄에 나물을 캐기 위해 들로, 산으로 나가면 치유가 되었고, 그것은 자연의 힘이었다. 사실, 봄나물을 캐기 위해 야외에 나갔을 때 힐링이 되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자연의 치유 효과는 도시화가 진행된 현대사회에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기원전 4세기경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자연의 치유력을 강조했다. 자연이 주는 치유 효과에 관해서는 역사가 깊고 많은 연구가 되어있다.
현대에는 자연의 치유 효과에 대해 구체화시킨 것으로 ‘생태 심리학’이라는 연구 분야가 등장했다. 이는 “야외에서 보낸 시간이 스트레스 호르몬과 불안 저하, 면역 기능을 개선, 자존감 향상이 된다.”라는 생각에 기초하고 있다.
‘생태 심리학’에서는 야외에서 약 20분 정도 자연과 접촉해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간은 자연환경에 노출되는 것에 의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이점이 많이 생겨 심혈관 및 면역 체계에 대한 긍정적 효과와 스트레스 수준이 감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외 활동은 햇빛도 받기 때문에 뼈를 튼튼하게 하거나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비타민 D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일본 연구자들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도시 사무직 근로자 그룹의 경우, 숲이나 야외에서 지낸 후 생리적, 심리적 이완 효과가 3~5일 동안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연구에 따르면 도시에서 걷는 것 보다 여유로운 숲에서 산책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12% 낮아지고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고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자연 속에서 산책하면 주의력이 향상되고 어린이의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증상이 감소하며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 대학의 연구자들은 자연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주요 우울증에 대한 기존 치료법을 보완하는 데 임상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건강상의 많은 이점이 있으므로 자연은 치유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음식에 사용하기 위한 봄나물을 캐기 위해 산과 들로 나가서 자연을 만나는 것은 그것 자체가 치유로 된다. 음식 치유에서는 음식을 먹기 전에 나물을 캐기 위해 야외로 나가는 순간부터 치유의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