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숨은 학생 7명 지켜낸 미국 소녀의 ‘오월’…5·18기록관 ‘특별전’

2025-05-07

1980년 5월 광주 양림동에 살고 있던 미국인 제니퍼 헌틀리는 10살이었다. 제니퍼의 아버지는 광주기독병원의 목사였다. 그해 5월20일 이웃에 살던 한국인들이 “계엄군에 쫓기는 아들들을 숨겨달라”고 집으로 찾아왔다. 그렇게 다락방에는 7명의 학생이 숨어 지냈다.

제니퍼는 부모님이 안 계실 때 숨어있던 학생들에게 물과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가택 수색을 나선 계엄군들이 집으로 찾아오자 제니퍼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원한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푸른 눈의 소녀’가 목격한 광주의 오월은 2020년 <제니의 다락방>이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머물며 참상을 목격했던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5·18의 진실을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7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기획전시설에서 5·18 45주년 특별전시 ‘증인:국경을 넘어’(Witness: Beyond Borders)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개막한 전시는 내년 3월31일까지 이어진다.

특별전은 1980년 5월 광주에 머물렀던 미국인 데이비드 돌린저, 고 아놀드 피터슨, 제니퍼 헌틀리 등 3명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의 아픔과 민주화의 여정을 재조명한다. 이들은 5·18당시 미국 정부의 철수 권고에도 불구하고 광주에 끝까지 남아 시민들을 도왔다.

전시는 푸른 눈의 이웃, 10일간의 일지, 오월 이후 등으로 구성됐다. 전시에서는 광주항쟁 기간 이들이 마주했던 참상과 이후 진실을 알리기 위해 국내외에서 펼친 활동과 자료들을 보여준다.

미국 평화봉사단원 출신인 돌린저(한국명 임대운)는 헬기 사격을 목격하고, 도청에서 무전 감청과 시민군의 외신 기자회견 통역을 맡았다.

피터슨 목사는 계엄군의 무력진압 장면 등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는 자신이 목격한 계엄군 헬기 사격 등을 1995년 검찰 조사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김호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이번 전시는 외국인들이 목격한 광주의 진실을 통해 5·18의 보편적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광주가 정치적으로는 고립됐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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