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암시 이복현 "회장 말 한마디에 모두 복종…엄중 제재할 것"

2025-02-04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법규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겠다"며 칼날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4일 오전 금감원 브리핑실에서 열린 '2024년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발표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은 작년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사태에 이어 끊이지 않는 대규모 금융사고로 신뢰 하락은 물론 이제는 금융회사로서의 기본적인 윤리의식과 역량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최근 기업은행에서도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 문제임이 명확해졌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검사 중간결과에서 밝혀낸 금융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내부통제 부실 △건전성·리스크 관리 경시 문화 △취약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금융·은행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사고를 비롯 은행권 전반의 내부통제 부실 문화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우리금융·은행 검사결과 발표를 한 차례 미루면서 "제대로, 원칙적으로, 매운맛으로 알리려 한다"며 묵묵히 발언을 아껴왔는데, 이날 검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작심 비판했다.

이 원장은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鞏固)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蔓延)해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며 "이사회는 M&A(인수합병)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본연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직원은 경영진이 제시한 외형성장 목표만을 추종하거나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며 "금융회사는 금융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문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원장은 "경영진 등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가 설계됨에 따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작동되기 어려웠다"며 "지주는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해 금융그룹의 위기대응능력(자본비율)이 과대평가되고, 은행 등 자회사가 금지된 브릿지론을 편법 취급하거나 특수목적회사 등을 통해 계열회사를 우회 지원하는 등의 여러 부적절한 고위험 추구 행태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 3년을 넘어선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무색할 만큼, 은행들의 미흡한 소비자보호 노력도 지적받았다. 이 원장은 "금융권의 미흡한 소비자보호 체계 개선노력과 단기실적주의에 내몰린 임직원들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당국 조사 결과, 홍콩 ELS 불완전판매 양태가 타행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다수 은행에서 연체대출을 고객 예금과 상계해 '민법'상 압류가 금지된 최저생계비까지 상계하는 등의 소비자 권익 침해 사례도 포착됐다.

이에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 등을 골자로 세부방안을 마련·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건전성·리스크관리 중심 영업 및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원장은 "검사결과 나타난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실태를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며 "법규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검사결과 후속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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