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같이 연극해요 젤리피쉬

2025-03-25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을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말년에 어머니는 넘어져서 큰 수술을 받으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몇 년을 휠체어에 의지하셔야 했다.

보통 사람이 성큼 넘는 문지방이 휠체어를 탄 어머니에겐 장벽이었고, 비슷한 미래가 나에게 닥치지 말란 법도 없었다. 스핑크스의 예언처럼 ‘늙어서는 세 발’로 살아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깨닫자, 비로소 한 생을 장애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기에 조금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최근에는 연극 쪽에서도 여러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은 마음만 앞선 경우가 많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공연 내내 무대 중앙에 큰 글씨로 자막 처리를 해서 연극 자체에 몰입하기 힘든 작품도 있다. 사회적 정의를 앞세우다 연극은 뒤로 밀려난 불편한 상황이지만, 우리 모두 선의를 갖고 노력 중이다. 그러니 언젠가는 양질의 전환이 이루어질 거라고, 그 시행착오들을 견뎌보는 것이다.

최근 나는 서울의 모두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젤리피쉬’(벤 웨더릴 작, 민새롬 연출·사진)를 감동적으로 보았다. 장애 예술 공연장으로 23년 개관한 극장에 걸맞는 레퍼토리로 발달성 장애인의 성장과 사랑, 섹스와 출산의 권리를 묻는 작품이었다.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앓는 배우를 비롯하여 장애인 배우가 비장애인 배우와 함께 작업했고, 2시간이 훌쩍 넘는 작품을 완주했다.

프롬프터 배우나 워밍업 장면 등 긴장을 풀어주는 연출도 세심했고, 그러면서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저 소박한 완성을 위해 그들 모두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을까. 이렇게 문득 양질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장애도 비장애도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한마음인 연극. 처음엔 하나의 성공이지만, 곧 ‘모두’의 성공이 될 것이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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