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가 미국 제재 이후 한동안 위축됐던 스마트폰 사업을 재정비하면서 본격적인 반등에 나섰다. 신제품 공세를 통해 시장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2.4% 증가한 8621억 위안(약 171조 1613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매출을 보였던 2020년 8914억 위안(약 176조 9785억원)에 근접했다. 순이익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기조로 전년 대비 28% 감소한 626억 위안(약 12조 43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R&D 비용은 매출 20.8%에 달하는 1797억 위안(약 35조 5895억원)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낸 영역은 스마트폰이 포함된 소비자 부문 사업이다. 매출 3390억 위안(약 67조 2067억)을 거두며 전년 대비 38.3% 성장했다. 이는 화웨이 5대 핵심 사업 중 474.4% 성장한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 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재작년 출시한 '메이트60시리즈' 흥행과 내수 시장 '애국 소비'심리로 2020년부터 이어진 미국 제재를 이겨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화웨이 작년 스마트폰 출하량은 1년 전(약 3570만대)보다 35.8% 늘어난 4840만대다. 점유율은 4%대에 불과하지만,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 중 유일하게 출하량 증가율 30%대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는 미국 제재 이후 5년여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순환회장은 작년 연례 보고서에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바이스 부문이 다시 빠른 성장세에 진입했다”며 “운용체계(OS) 하모니 생태계도 역사적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모니OS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화웨이 독립 OS다. 작년 말 기준 720만명 이상의 개발자가 하모니OS 생태계에 참여 중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자동차 등에 적용된 하모니OS 기기는 약 10억대에 달한다. 화웨이는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 장려를 위해 하모니OS 개발자 콘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올해 신작 스마트폰을 연이어 출시하며 시장 입지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당장 이달 말 중급기 '노바 14 시리즈' 출시가 예정됐다. 노바14시리즈는 중급기 최초로 하모니OS 5.0와 5G 프리미엄 칩셋 기린 9020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플래그십 모델 '퓨라(Pura) 80' 시리즈도 조만간 공개한다. 이 모델은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 판매 전략 모델이다. 또 신규 폴더블폰인 '퓨라X'의 글로벌 출시도 점쳐지고 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