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부진 장기화…업계 위기 ‘최고조’
비용 절감 및 유동성 관리 등 재무건전성 강화 강조
중장기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주문
중대재해 예방…건설현장은 ‘안전 최우선’
을사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업황 전망은 암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요 건설사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 극복’과 ‘내실경영 강화’를 주문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년을 맞아 국내 각 건설사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올해 경영 방침을 전달했다.
지난 2023년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로 불거진 건설경기 침체는 해를 넘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건설투자는 지난해보다 2.1% 더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탄핵 정국 본격화, 원·달러 환율 급등, 트럼프 2기 출범, 원자재 가격 상승세 등 각종 불안 요인이 맞물리며 실제 시장 위축은 더 심각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건설사들은 조직 개편은 물론 비주력 자산 정리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업계 전반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도 단행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롯데건설을 제외한 8곳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수장을 교체했다. 이례적인 변화다.
올해도 건설사들은 불필요한 비용 출혈을 줄이고 재무구조 안정화를 꾀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올해는 앞으로 3년 중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현장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선 DL이앤씨 대표는 “신규 수주 사업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은 물론이고 미착공 사업과 진행 사업에 투자한 모든 자금에 대해 철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중단하고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사 현장에서 시무식을 개최하고 “중장기 사업기반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속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변화”를 주문했다.
올해 GS건설 경영 방침은 ▲기반사업 강화 ▲자이(Xi) 리브랜딩 ▲미래지향적 신규 사업 발굴 ▲디지털 마인드셋 내재화 등으로 정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는 재무건전성과 미래 먹거리 육성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생존수단이자 경쟁력의 원천인 현금관리를 강화하고 미래성장 사업분야를 주도할 기술인재를 확보, 디지털 기술을 통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강 및 2차전지 수주 축소에 위기 의식을 가지고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혼신의 힘을 쏟아달라”고 당부했다.
롯데건설 역시 경영 효율화에 방점을 찍었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는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하고 부서와 현장 단위의 실질적 업무 프로세스 혁신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의 장동현 부회장과 김형근 사장은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닦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장 부회장과 김 사장은 “환경, 에너지, EPC 등의 사업역량을 높이는 한편 재무 안정성 확보, 변동성 최소화,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대외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
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은 “부동산 PF 정상화를 위한 긴급지원 등 실효성 있는 주택사업자 유동성 지원 방안과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방안, 민간건설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 주택법 통합심의 의무화 후속 조치 이행, 기부채납 부담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지방 주택 업체들에 대한 원활한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별도의 신년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조만간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