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진행형인 이태석 신부 추모 열기

2025-08-13

세상을 떠난 지 15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또렷이 떠 있는 별이 하나 있다. 가톨릭 사제(살레시오회)였지만 종교의 벽을 넘어섰다. 어떻게 보면 종교 밖에서 그 울림이 더 크다. 2010년 세상을 울린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 이태석 신부 얘기다. 신부이자 의사였고, 교육자였다. 48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가 일군 ‘톤즈의 기적’ 때문에 2018년 이태석 신부 이야기는 남수단 교과서에 실렸다. 그를 기리는 책과 영화, 각종 기념사업, 후원의 손길이 오늘까지도 꾸준하다. 특히 올해는 선종 15주년 기념행사가 잇따랐다. 그의 이름이 갈수록 더 선명해진다는 얘기다.

책 출간, 심포지엄, 대학강좌 등

선종 15주년 기념행사 잇따라

수평적 섬김 리더십 집중 조명

정체된 한국 교회 성찰 움직임

배타적 우월주의에서 자유로워

“한 가지 정말 놀란 것은 그곳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는 습관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번은 열서너 살 남짓 먹어 보이는 한 아이가 염증이 생겨 퉁퉁 부은 다리를 저에게 보이며 치료를 부탁해 왔습니다. 상처를 보니 봉와직염이었습니다. 그래서 상처 소독을 한 뒤 마침 가지고 간 항생제를 주면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에 한 번씩 먹으렴’이라고 하자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이라는 단어조차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그들은 한 끼만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태석의 선교는 톤즈 살레시오 공동체 내 사목 외에 크게 병원, 학교, 음악이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톤즈의 원주민들을 대하는 그의 입장, 곧 사랑과 나눔과 섬김이라는 수평적 비권위주의가 깔려 있었다. 자신과 원주민을 친구라는 동등한 위치에 놓고 보았으며 슈바이처같이 우월한 형의 위치에 서서 권위를 인정받고자 하지 않았다 (…) 이태석은 선교에 있어서 그 이전의 식민주의적 태도였던 배타주의·우월주의·진보주의·인종주의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선종 15주년을 기념해 얼마 전 출간된 책들에 실린 글들이다. 앞글은 이태석 신부가 동료 신부에게 보낸 편지글로 『이태석 신부 서간집』에 실렸다. 뒷글은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 의대 이태석연구회가 펴낸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에 수록됐다. 인제 의대 김택중 교수가 썼다.

김택중 교수는 지난 6월 선종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나와 “사회적 어른으로서 이태석 신부의 치유적 생명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태석 기념단체가 우후죽순처럼 활동하는 모습에서 예수 운동 초기 열성적 지지자들이 떠오른다. 이 모습이 한국 교회 쇄신의 밑거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김선필 박사(서강대 신학연구소)는 ‘이태석 현상에 대한 가톨릭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그가 의사라는 성공의 길을 던지고 가난한 사람에게 헌신하는 모습은 무한경쟁의 최종 승리자가 보여주는 반전의 드라마로, 진정한 행복을 갈망하는 한국인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또 “이태석이 보여준 이타주의와 보편적 형제애는 사회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핵심 가치”라며 “이태석 현상이,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고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국 교회가 자기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다음 달 교원대에서는 ‘세계가 주목한 이태석 리더십’이라는 정규 강좌가 만들어진다. 2013년 인제 의대에 ‘이태석 기념과정’이라는 교과목이 만들어진 데 이은 것이다. 교원대 강좌는 ‘울지마 톤즈’를 연출한 구수환 전 KBS PD가 이사장으로 있는 이태석재단이 최근 주력해온 이태석 리더십 교육이 대학 정규 강좌로 발전한 것이다. 재단은 2020년 이태석리더십학교를 열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타심과 공감 능력, 경청을 키워드로 하는 리더십 교육을 해왔다.

교원대 강의에 스웨덴 의원 참여

교원대 강의에는 그간 이태석재단·이태석리더십학교와 인연을 맺어온 북유럽 국회의원, 정치인, 사회운동가 등도 강사로 참여한다. ‘특권 없는 정치’로 유명한 스웨덴의 5선 의원인 올라 토렐, 스웨덴 최연소 여성 시장 아만다 린블라드, 덴마크 자유학교 설립자 모옌 고드발레 등이다. 모두 실천과 헌신, 섬김이라는 이태석 리더십에 크게 공감한 이들이다.

구수환 이사장은 “요즘 뉴스를 장식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리더십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연세대에도 강좌 개설을 논의 중이며, 앞으로 초·중·고에도 관련 교과가 개설되길 희망해본다”고 말했다. ‘울지마 톤즈’에 이어 지난해 로마교황청에서 상영된 다큐 ‘부활’을 연출한 구수환 이사장은 불교도지만 대표적인 ‘이태석 지킴이’다. 원불교 재단인 원광대도 최근 이태석 재단을 통해 남수단 대학생 교육 후원 사업을 펼쳤다. 이태석 현상의 종교통합적 힘이다. 이태석재단은 최근 유엔의 공식 NGO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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