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바라고 쓰레기 줍는건 아니야” 선행왕 오타니가 말하는 진정한 ‘운’의 의미

2024-12-27

[OSEN=길준영 기자]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가 운을 위해 평소 쓰레기를 줍는 등 선행을 한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본매체 넘버스웹은 지난 27일 “월드시리즈 우승, 50-50을 달성한 오타니와 야구,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라며 오타니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자 875경기 타율 2할8푼2리(3119타수 878안타) 225홈런 567타점 562득점 145도루 OPS .946, 투수 86경기(481⅔이닝) 38승 19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슈퍼스타다. 2018년 에인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데뷔 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2021년과 2023년 아메리칸리그 MVP, 2024년 내셔널리그 MVP를 모두 만장일치로 수상했다.

지난 겨울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1조 325억원) 계약을 맺으며 당시 기준 역대 프로스포츠 최대계약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올해 투타겸업을 하지 못한 오타니는 타자에만 전념하며 159경기 타율 3할1푼(636타수 197안타)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59도루 OPS 1.036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며 팬들을 열광시켰고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최종 목표를 다저스 이적 첫 해부터 달성해버린 오타니는 “이제는 월드시리즈 연패를 해내는 것이 목표다. 우승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오랜 역사에서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100팀이 넘게 나왔지만 연패를 달성한 팀은 손에 꼽을 정도(7팀)다. 21세기 들어서는 단 한 팀도 없다. 연패 달성 확률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다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10년의 계약 동안 모두 우승을 하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목표를 밝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오타니는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여러가지 요소들이 쌓여서 여기까지 왔다. 여러 선수들의 장점을 받아들이려고 했고 드라이브라인에서 이상적인 폼을 찾으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런 노력들이 결과로 이어져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스윙은 기본적인 것이 잘 되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한 오타니는 “타격은 가능성을 넓히는 확률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타격폼을 통해 안타 확률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바르게 자세를 잡고 타이밍을 맞추고 이미지대로 스윙을 하면 안타나 홈런 확률은 무한히 커진다. 그러면 기록을 남기기도 쉬워지지만 마지막에는 ‘운’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는 것이 야구의 어려운 부분이다”라고 운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특히 올해 전반기는 운이 없었다고 느꼈다. 8월도 최악이었다”라고 올해를 돌아본 오타니는 “시속 114~115마일(183~185km) 타구를 날려도 잡히고 강한 땅볼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버렸다. 홈런만 안타가 될 것 같은 상황이었다. 반대로 9월에는 성적이 좋았는데 특별이 타격감이 좋았다기 보다는 운이 좋았다. 월별로 보면 운에 따라 성적이 크게 변동했다. 팬들은 숫자에 집착하겠지만 선수로서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겨야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남길 수 있다. 운으로 얻은 기록은 결국 평균으로 수렴하기 마련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시절 운을 위해 선행을 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에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은 오타니의 잘 알려진 이미지 중 하나다. 하지만 오타니는 “운을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짧은 기간의 운은 그냥 좋고 나쁨에 따라 갈린다. 10년, 20년, 30년이라면 쓰레기를 줍거나 평소 행동이 주변과의 관계를 형성해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구가 빠져나가 안타가 되는 것은 야구의 신만이 안다. 그런 부분을 채우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운이 나빴다고 해석하는 편이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쓰레기를 주웠던 것에 대해 오타니는 “타구가 빠져나가기를 바라고 쓰레기를 주운 것은 아니다. 그게 야구와 연결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관련된 일이었다. 예를 들어 인사를 하지 않는 사람과 인사를 하는 사람 중에서 어느쪽을 중요하게 생각할까 하면 당연히 인사를 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고 나도 뭔가 해주고 싶다. 심판에게 인사를 하고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쟁의 세계에서 살다보면 적이 될 때도 있고 아군이 될 때도 있다. 내가 야구를 그만둔 뒤에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 그걸 운으로 부를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운을 부르기 위해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쓰레기를 주워서 안타가 나오기를 바란건 아니었다”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운의 의미를 자세히 밝혔다. /[email protected]

길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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