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입해도 늦지 않았다"…에릭 트럼프가 코인 '황금기' 내다 본 이유 [비크닉]

2025-09-09

b.플레이스

“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의 태도와 세계관을 담으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강력한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약 5억6000만 명. 글로벌 암호화폐 기업 크립토닷컴이 리서치(2025)에서 밝힌 전 세계 디지털 자산 보유자 수입니다. 지구촌 인구의 7%, 한국 인구의 11배에 달하는 규모죠. 눈에 잡히지 않는 가상자산은 이제 소수의 투자를 넘어선 거대한 흐름이 됐습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대표 코인 대부분이 블록체인 위에서 움직이죠. 한때 코인 시장은 24시간 열리는 ‘투기판’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뉴욕 증시 시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관 자금이 판을 뒤흔들죠. 특히 달러나 미국 국채에 연동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스테이블 코인은 글로벌 금융 인프라 속 ‘안전자산’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고요.

이 변화를 집약해 보여준 자리가 있었습니다. 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5’입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8년째 이어온 행사로, 글로벌 연사 40여 명과 수천 명이 모여 블록체인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짚었는데요. 비크닉이 그 현장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법정 화폐와 디지털 화폐 공존하는 단계로”

올해 UDC의 주제는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으로(Blockchain, to the Mainstream)’였습니다. 말 그대로 금융·정책·산업이 교차하는 한가운데로 블록체인이 들어섰다는 의미죠. 오프닝 스피치에 나선 오경석 두나무 신임 대표는 “돈의 형태는 변해왔고, 이제는 법정화폐와 디지털 화폐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공존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기존 화폐 가치가 흔들릴 때 대신 신뢰를 보증하는 게 디지털 자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반적인 행사의 메시지를 이끈 건 미국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이자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부사장인 에릭 트럼프는 “디지털 자산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며, 특히 스테이블 코인을 중심으로 5~10년 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또 “현금 가치가 보장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지금 진입해도 늦지 않은 시장”이라고도 했죠. 패트릭 맥헨리 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 때만 해도 반대 기류가 강했지만, 현 정부 들어선 규제 틀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며 “1~2년 안에 시장구조법이 발의될 가능성이 크고, 이후엔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발언 뒤엔 분명한 배경이 있습니다. 올해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이 ‘디지털 자산의 황금기’를 공식화한 첫해인데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FIT21(21세기 금융혁신기술) 법안,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 체계를 담은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 법안 등을 내놨죠. 제도적 기반을 쌓으며 규제 윤곽을 확실히 세웠고, 나아가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논의까지 테이블에 올려놓은 셈입니다. 오 대표도 “다수가 디지털 자산을 버블이라고 말할 때 미국은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시장 우위를 점했다”고 덧붙였어요.

현재 유럽도 암호자산시장(MiCA)법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고, 한국 역시 특금법(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어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발의하며 제도화 흐름에 올라탔습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국내 거래 이용자는 970만 명을 넘어 반기 대비 25% 늘었고, 일평균 거래 규모도 7조 원을 웃돌았죠(금융정보분석원·FIU). 에릭 트럼프는 한국 시장의 성장에 대해 “당국 설득이 필요하겠지만 빠른 도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암호화폐를 전폭 수용하는 미국에 뒤처질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국가 간 송금 수수료 절감과 같은 효용을 고려하면 결국 속도와 의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주목받는 이유

세부 세션에서는 가상자산이 어떻게 전통 금융의 언어로 번역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 관심이 쏠린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신용평가·리스크 관리 같은 시스템 안까지 디지털 자산이 파고든 현실을 짚었죠. 오 대표는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과 블록체인을 잇는 가교이자 금융 주권의 핵심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스테이블 코인은 단순 거래소 토큰을 넘어 국제 결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어요. 국가 간 송금, 기업 간 정산, 재난 구호 등 실물 경제 전반에 쓰이고 있는 겁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스테이블 코인 시가총액은 약 400조 원, 이 중 테더(USDT)와 서클(USDC) 등 달러 기반 코인이 점유율 99%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했어요. 특히 업계 1위 테더의 발행 규모는 1670억 달러(약 232조 원)로, 블록체인 수수료 점유율은 40%를 기록했죠. 마르코 달 라고 USDT 부사장은 “테더의 거래 건수는 비자(Visa) 마스터카드와 같은 글로벌 결제기업의 거래 건수보다 많다”며 일상에 스며들었음을 강조했어요.

스테이블 코인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리스크는 국가마다 다릅니다. 한국은 아직 유통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죠. 다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와 결제 수수료 절감 같은 실질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폴 벤시스 팍소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성장 총괄은 “스테이블 코인의 핵심은 자산 비축과 유동성”이라며 “언제든 지연 없이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한국 국채 시장의 규모와 유동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했어요. 또 로스 애드워드 리플 글로벌금융기관 담당 시니어 에디터는 “미국이 지니어스 법안으로 규제 명확성을 확보한 것처럼, 한국도 원화의 특성과 경제 구조를 반영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기술서 질서로,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

올해 UDC가 던진 질문은 ‘디지털 자산의 미래 질서를 누가,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였습니다. 스티브 남 이더리움 재단 정책·생태계 개발 담당은 ‘탈중앙화 가속주의(d/acc)’를 화두로 제시하며 “(기술 등 시장) 위협을 방치하기보다 방어적 안전과 대체 기술을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이어 “한국은 독자적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기에 지금이야말로 그 강점을 블록체인 산업에 접목해 새로운 단계를 열 기회”라며 “미국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오 대표도 같은 맥락에서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 간 거래 기록을 공유·검증해 시스템 자체가 신뢰를 보증하는 구조”라며 금융 친화적인 블록체인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업비트 거래소 시스템과 스테이킹(가상자산 예치) 운영 노하우 등을 결합해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죠. 이날 업비트의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 체인’과 ‘기와 월렛(가상자산 지갑)’도 공개됐는데요, 두나무 측은 “이름에 블록체인 상에 겹겹이 쌓이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체인이 되길 바라는 의지를 담았다”고 덧붙였어요.

이 밖에도 UDC 행사를 통해 블록체인이 금융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교육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두나무가 선보인 대체불가능토큰(NFT) 전시, 월렛 체험존, 사이버 보안 토크, 청년 교육 프로그램 ‘업사이드 아카데미’와 ‘업클래스’ 등을 통해서요. 특히 업사이드 아카데미는 두나무가 날로 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대응할 인재를 키워 더 안전한 보안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지금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은 제도화의 문턱을 막 넘어섰어요.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독주, 아시아 각국의 자국 통화 실험, 기술 격차 같은 경쟁 변수가 본격화될 전망이에요. 한국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본격적인 상용화의 설계도를 꺼낼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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