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5.02.07 07:00 수정 2025.02.07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2030 NDC’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
헌재 “2031~2049 감축경로 제시해야”
오는 11월 전에 ‘2035 NDC’도 수립
사회적 요구 바탕 실현 가능성 고려해야
환경부는 올해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계획과 함께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관련 실행 방법(경로)을 수립하는 두 개의 숙제를 안고 있다. 국제사회 기대치를 충족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함과 동시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2021년 발표한 2030 NDC가 구체적 실현 방법 불충분으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49년까지 장기 배출량 감축 계획을 내년 2월까지 수립해야 한다.
당시 헌재는 현행 탄소중립법 시행령이 2030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규정하면서 이후 기준은 설정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2050 탄소중립(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하면서 세부적으로 2030까지 감축목표를 세운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31년 이후 감축량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탄소 감축 부담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은 2031~2049년 NDC에 대해 어떤 형태의 정량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해 기후위기 위험에 상응하는 보호 조치로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2030 NDC 수치(40%) 자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정안을 내놓을 때가 됐다. 차기 NDC는 이전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파리기후협정 ‘진전의 원칙’에 따라 2035 NDC는 40%를 초과하는 목표치를 내놓아야 한다.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당장 오는 11월 10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 파라주(州) 벨렝에서 진행하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는 참여국들이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UN에서는 COP30 회의 개최 9~12개월 이전에 NDC 제출을 권고하는 데, 한국은 사실상 권고 기한(2월)을 지키기 어렵다.
관건은 2030 NDC인 40%보다 얼마나 더 높일 수 있느냐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2035 NDC는 최소 67% 이상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국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국내총생산(GDP), 인구 수준 등을 고려해 2035년까지 67% 줄이지 않으면 2050년 탄소 중립(순 배출량 0)을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현행(40%)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의 82.7%가 2035 NDC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일단 정부는 헌재 판결을 받아들여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기후 헌법소원 후속 조치를 위해 각계각층과 긴밀히 소통하며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 탄소중립 이행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2030 NDC 달성을 위해 부문별 감축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고 합리적인 2035 NDC를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환경부는 지난해 연말 ‘기후미래포럼’을 출범시켜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마련하는 작업 첫발을 뗐다.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공동위원장 한화진) 또한 지난해 12월 ‘2035 NDC 콘퍼런스(학술회의)’를 열고 전문가와 산업계 관계자 등을 초청해 2035 NDC 수립을 위한 현장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한편,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배출권 거래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부터 배출권 거래 시장 기능을 강화해 기업의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는 내용 시행령을 고쳤다.
할당 대상업체와 시장조성자, 배출권거래 중개회사로만 한정하던 시장참여자를 투자매매업자, 집합투자업자, 신탁업자, 은행, 보험사, 기금 관리자까지 확대했다.
시장참여자 배출권 거래·신고 등을 배출권거래 중개회사가 대신할 수 있도록 배출권 거래 편의성도 개선했다.
김완섭 장관은 “2015년 이후 배출권 거래제는 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혀 현재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4%를 관리하고 있으며, 배출효율기준 할당 방식의 비율과 유상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이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총, 균, 쇠가 문명 흥망의 핵심적인 요소였다면, 21세기 기업과 국가의 생존은 탄소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21세기에 필요한 탄소 경쟁력을 갖추고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정부·기업·금융기관·개인 둥 우리 모두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영국 81%·독일 77%·EU 55%…감축목표 높이는 국제사회[NDC 가는길⑥]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