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 농구 챔피언십은 68개 대학이 토너먼트로 승부를 겨룬다. 패하면 곧장 짐을 싸야 하는 단판 승부인 만큼 극적인 승부와 이변이 속출하기로 유명하다. 미국 전역이 들썩인다.
대회가 시작되면 직장 동료, 가족, 친구 등이 모여 대진표를 놓고 어느 대학이 승리하고, 최종 우승할지 예측하는 브래킷(Bracket·대진표) 게임을 한다. 미국에선 대중적인 놀이이다. 이때 많은 미국인은 마치 학문처럼 연구하듯 팀별 전력 분석을 파고들어 '브라케톨로지(Bracketology)'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브래킷에 학문을 의미하는 접미사 'ology'를 붙인 것이다. 미국게임협회(AGA)는 "미 전역에서 31억 달러(약 4조5000억원) 이상 규모의 승부 내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대통령도 자신의 대진 예측을 공개하는 게 전통이다. 소문 난 농구광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연임했던 내내 '3월의 광란' 승리 팀과 최종 우승 팀 맞히기에 열을 올렸다. 스포츠 프로에 직접 출연해 자신이 선택한 팀을 분석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버락 오바마'와 '브라케톨리지'를 합성한 '버라키톨로지(Baracketology)'가 시사 용어로 등장할 정도였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정작 적중률은 높지 않았다. 해박한 농구 지식을 자랑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부임 후 처음 참여했던 2009년 '3월 광란' 우승 팀(노스캐롤라이나대)을 맞혔다. 하지만 이후 일곱 차례 도전에선 모두 우승 팀이 예상을 빗나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우승 팀(코네티컷대)을 맞힌 게 전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망을 내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도 우승 팀을 예측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회 1라운드 직후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진표 예측을 하지 않았다. 했어야 했다.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이 한두 경기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구 경기가 열리던 날 대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NCAA 레슬링선수권대회를 관전했다.

올해 '3월의 광란'은 이변의 연속이다. 1라운드(64강)부터 멤피스대, 미주리대 등 높은 시드를 받은 팀이 한 수 아래 상대에 발목을 잡혀 탈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라운드(32강)에선 서부 지역 2번 시드 세인트존스대가 10번 시드 아칸소대에 66-75로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NCA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올해 '3월의 광란' 브래킷게임엔 3400만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변수가 워낙 많았던 탓에 1라운드 직후 32경기의 모든 승패 결과를 맞힌 참가자는 3만6000여 명으로 줄었다. 그리고 2라운드가 끝낸 현재 모든 경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참가자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한편 우승 후보이자 전체 2번 시드를 받은 듀크대는 정상을 향해 순항 중이다. 32강에서 베일러대를 89-66으로 완파했다. 듀크대의 수퍼스타 신입생 쿠퍼 플래그는 18점 9리바운드로 펄펄 날았다. 키 2m6㎝의 백인 포워드 플래그는 공·수 능력과 운동신경을 두루 겸비한 특급 유망주다. 그는 "반세기 만에 환생한 래리 버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플래그는 고교 졸업 1년을 앞둔 지난해 대학에 월반했는데, 2006년 12월생으로 만 18세다. 플래그는 오는 6월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선발이 확실시된다. 3월의 광란은 그가 프로 무대에 뛰어들기 전 농구 팬들에게 기량을 선보이는 쇼케이스가 될 전망이다. 듀크대는 '스위트 식스틴(대회 16강 애칭)'에서 애리조나대와 맞붙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올해 대진표 예측에서 플래그가 이끄는 듀크대의 우승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