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거리 역전 퍼트를 성공시킨 애틀란타의 빌리 호셸이 그린존에서 방방 뛰었다. 관중들은 노란색 손수건처럼 생긴 이른바 ‘해머’를 빙빙 돌리며 환호했다.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만든 스크린 골프 리그 TGL이 26일 오전 8시(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가든스의 전용구장인 소파이 센터에서 결승을 치렀다. 애틀랜타가 뉴욕에 0-3으로 뒤지다 5-3으로 역전승 시리즈 전적 2-0으로 우승했다. 애틀랜타는 우승상금 900만 달러를 받는다. 1인당 225만 달러다.
TGL은 그게 성공할까라는 의구심 속에 시작됐다. 플레이오프는 우즈와 매킬로이의 팀이 탈락해 맥 빠진 경기가 될 걸로 보였다. 그러나 결승전은 흥미로웠다.
미국 스포츠계에선 TGL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엔 스크린 골프가 흔하지만 미국에선 혁신적이고 신기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CNN은 ‘우리가 골프를 보는 방법을 TGL이 어떻게 바꾸려 하나’라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TGL, 첫 시즌 종료와 함께 골프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썼다. 경기 시간을 2시간 이내로 줄이고 샷클락을 도입하는 등 속도를 냈고, 보수적인 골프에 신기술을 접목했다고 평가했다.
소파이 센터에서 만난 엑셀 스포츠 매니지먼트 브랜드 마케팅 담당 선임 부사장 조 자작은 “성공 판단의 핵심 지표는 지난해 같은 방송의 같은 시간과의 시청률 비교다. TGL이 틈새 시장을 잘 뚫었고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닐슨에 의하면 ESPN의 TGL 시청률은 지난해 같은 시간 방송된 콘텐트 보다 21% 높았다. ESPN은 결승전엔 저녁 메인 뉴스 앵커 스콧 반 펠트가 소파이센터로 와 중계하고 이어 뉴스를 진행했다.
TGL 시청자 평균 연령은 51세로 NBA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층이 보는 리그였다. 일반 PGA 투어 대회와 비교하면 15세 젊다. TMRW 치프 레베뉴 오피서 제이슨 랭웰은 “TGL을 통해서 후원사들이 젊은 소비자들을 만날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셀 스포츠의 조 자작 부사장은 “TGL은 실패하기엔 너무 컸다”고 했다. 바둑의 대마불사 비슷한 얘기다. 우즈와 매킬로이가 저스틴 토머스, 잰더 쇼플리, 루드빅 오베리 등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 7명을 출전시켰고, NBA 스타 스티븐 커리 등 다른 종목 선수들, 메이저 종목 구단주 등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참자들의 면면을 보면 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TGL은 넓은 경기장에선 보기 어려웠던 선수들이 개성을 드러내는 무대가 됐다. 미국 기자들은 “빌리 호셸, 김주형, 이민우 등 TGL에서 개성을 드러낸 선수들의 인기가 오르고, 캐머런 영 등 무표정한 선수들의 마케팅 가치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호셸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시뮬레이터 골프를 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는데 우리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PGA 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와, 매킬로이 등은 LIV와의 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TGL이 잘 되고 있어 LIV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답했다. 골프다이제스트는 “TGL은 (LIV와의 전쟁에서) PGA 투어의 신무기”라고 썼다.
TGL은 기계 정확성, 경기 방식 등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 관중석 규모도 너무 작고, 연고지와의 소통도 부족하다. TMRW의 랭웰은 “첫 시즌 치고 이렇게 잘 된 리그는 없다”고 했다.
미국 골프위크는 NFL 볼티모어 레이븐스 등 메이저 스포츠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았으며 TGL이 팀을 늘리는 등 리그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텍사스 주 댈러스에도 팀을 만들고 LA나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에 경기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팜비치 가든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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