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이자 국가등록문화유산인 ‘태평염전’이 문화재 등록 말소 절차를 밟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 의한 강제 말소가 아닌 염전이 자체적으로 등록말소를 신청한 것이다.
태평염전측은 “강제노동 논란이 사라지지 않고,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까지 내려지는 등 문화유산으로서 지켜야 할 명예가 더이상 없지 않느냐”며 말소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김양정 태평염전 상무는 2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달 태평염전과 석조소금창고 등 두 개의 국가등록문화유산의 등록말소를 국가유산청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았는데도 소유자가 등록 말소를 요청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있는 태평염전은 1953년 조성돼 70년 넘게 천일염을 생산해 온 국내 최대 단일 염전이다. 국내 전체 천일염 생산량의 약 6%를 차지한다. 2007년에는 염전 산업의 역사적·산업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신안 비금도 대동염전과 함께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김 상무는 “폐전 정책과 개발 압력이 거세던 시절에도 염전 산업의 명맥을 지키기 위한 사명감으로 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했지만 지금은 상징성과 가치가 퇴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노동의 이미지가 굳은 상태에서 문화재로 계속 남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태평염전이 ‘문화유산 반납’을 검토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2021년 발생한 강제노동 사건이다. 태평염전은 광활한 염전 부지를 여러 사업자에게 임대한 뒤 각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 부지에서 생산된 소금은 태평염전 명의로 납품된다.
이 과정에서 당시 한 임차 사업장이 지적장애가 있는 노동자에게 장시간 일을 시키면서 제대로 된 급여를 주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태평염전은 문제가 된 염전 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수사기관으로부터 무혐의 처분도 받았지만 ‘염전노예’ 낙인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논란의 여파는 해외 수출 중단을 넘어 국내 거래로도 번졌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4월 태평염전산 천일염을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분류해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대기업 등 주요 거래처 역시 납품을 일시 중단되거나 검수를 강화하면서 판매량이 줄었다. 수입 금지 이후 수개월간 손실 규모는 4~5억원에 달한다.
태평염전의 등록 말소 여부는 신안군과 전남도의 심의를 거쳐 국가유산청이 최종 결정한다. 태평염전 측은 국가유산청장의 직권 판단으로도 말소가 가능한 만큼 조속한 결정을 요청한 상태다.
통상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조금 또는시설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태평염전은 관련 지원을 단 한차례도 받지 않았다. 태평염전은 “문화유산 지정은 명예의 문제인데 이미 훼손된 명예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김 상무는 “개발을 염두에 두고 문화재 해제신청을 했느냐는 시각도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염전의 3분의 1은 이미 태양광 설비로 전환했다. 염전을 개발할 계획은 전혀 없다. 소금 생산 역시 중단없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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