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닭볶음면 신화를 써 나가고 있는 삼양식품은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삼비디아’로 불리고 있다. 지난 3년간 엔비디아 주가가 약 5배 오르는 동안, 삼양식품 주가는 무려 10배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엔비디아가 있다면 한국에는 삼비디아가 있다”는 말이 우스개가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다.
화장품업과 함께 대표적인 소비재 경공업으로 분류되는 식품산업은 내수 기반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해왔다. 내수를 제외하면, 2000년대 이전에는 농수산물과 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라면 등 극히 제한적인 가공식품 수출만 존재했다. 이후 한류의 확산과 함께 현지인들을 고객으로 삼는 과자·음료·소스 등 K푸드와 치맥 등 K프랜차이즈의 수출이 본격화되었다.

그러다 식품산업이 ‘성장 산업’으로 다시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10년대 후반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크게 인기를 끈 먹방 콘텐트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해외 유명 연예인들까지 동참한 ‘불닭볶음면 챌린지’다. 삼양식품의 주가는, 국지적이고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던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되는 것이 확인된 2023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는 수출 통계를 봐도 그대로 드러난다. 2000년 약 30억 달러 규모였던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130억 달러를 넘으며 4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공업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후반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약 30%까지 증가하며 1993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화장품 다음으로 식품산업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유사한 식품업종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수출 비중과 향후 수출 확대 가능성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상장된 관련 기업들의 주가뿐만 아니라 식품 분야의 M&A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수출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업이라면 투자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목표로 성공적인 성과를 내는 기업이라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젊은 창업자들이 극심한 경쟁으로 틈새를 찾기 어려워진 화장품 시장에서 눈을 돌려, 식품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OEM 제조 기반 등 잘 갖추어진 공급망을 기반으로 아이디어 번뜩이는 제품을 만든 후, 최적화된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을 통해 성공시킨다는 화장품 업계의 성공 방정식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불닭볶음면이 대기업이 아닌 신생 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