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면서 “새 날이 올 경우 (새 정부가) 금융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금융감독기구 개편과 이사 충실 의무를 강화한 상법 개정안 등을 개혁 과제로 꼽았다.
전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정년 기념 초청 강연을 열고 “우리가 가는 길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 돌아가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정해졌다. 국민과 경제를 생각한다면 그 길을 최단 시간에 가는 게 옳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가 필요하다고 촉구한 것이다.
재벌 개혁을 강조해온 전 교수는 “일부는 그 길(탄핵)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나머지 일부는 내년 5월을 준비해야 한다”며 “아무런 준비 없이 내년 5월을 맞이하면 안 되고, 무엇을 할지 철저히 생각하고 준비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집권을 준비하는 정치세력이 지금부터 미리 개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전 교수는 금융감독의 원칙은 되도록 포괄적으로 정하고,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금융감독기구를 재편하자고 제안했다.
금융감독의 기본 목표로는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공정성,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보호를 꼽았다. 또 새 정부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민간 개혁인사로 임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은 실질적인 금융위 인사권을 쥐고 있다.
전 교수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안도 개혁 과제로 꼽았다. 대주주가 일감 몰아주기, 쪼개기 상장 등으로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을 막자는 취지다. 그는 “우리나라 법원이 회사의 의미를 너무 편협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상법에 ‘주주의 총이익’ 또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잘못된 금융 정책 사례로 벤처창업주에게 복수의결권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거론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배의 의결권을 허용한다. 시민사회는 이 법 적용대상이 대기업 총수로 확대되면 대주주가 소수의 지분만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소액주주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 교수는 경제 민주화와 재벌·금융 개혁을 주창해온 경제학자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했다 4조원 넘는 차익을 남기고 되팔아 ‘먹튀’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 사태에 목소리를 내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달 29일 전 교수에게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을 수여했다.
이날 강연에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 박상인 서울대 교수, 원승연 명지대 교수, 더불어민주당 김남근·오기형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차규근 의원, 참여연대·경실련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