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꾸’ 곽도규의 돌려쓴 모자···형들은 떨렸다는데, ‘KIA의 아이들’에게 긴장 따윈 없다

2024-10-28

KIA 2년차 투수 곽도규(20)는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9-2로 앞선 8회말 등판했다. 1사후 안타를 맞았으나 삼성 4번 타자 디아즈와 8구까지 싸우다 투심패스트볼로 땅볼을 유도해 병살 처리, 이닝을 끝냈다.

곽도규는 갑자기 모자를 옆으로 돌려썼다. ‘나 잘 했지?’ 하듯이 1루수 변우혁을 바라보고 서서 주먹을 꽉 쥐면서, 병살플레이로 끝내준 야수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곽도규는 책도 많이 읽고 생각이 깊어 ‘애어른’으로 불리지만, 국민의례 때 자꾸 마스코트 호걸이 옆에 서서 소품을 뺏어들고 진지하게 고개를 숙이는 등 특이한 행동도 일삼는 꾸러기 선수다.

지난해 입단해 올해 처음 필승계투조로 뛰면서 첫 한국시리즈에 나서고도 “등장곡이 정규시즌 때와 달리 5초 이상 더 길게 나와서 좋다”고 말하는 곽도규는 이번 가을 KIA의 무적 좌완이다. 곽도규는 27일까지 KIA가 치른 한국시리즈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했다. 서스펜디드게임이 됐던 1차전 후반부에 등판해 1.1이닝, 2차전에서는 0.2이닝, 4차전에는 1이닝을 던져 총 3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경험’은 KIA의 거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다. 전력이 안정돼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축을 이루고 있다보니 처음 나가는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돌발 상황을 만들지 모른다는 것이 불안요소였다. 특히 중간계투진이 그 중심에 있었다. 야수 쪽에는 최형우, 김선빈, 나성범 등 베테랑들이 있지만 KIA가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은 중간계투진은 젊은 투수들이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KIA의 한국시리즈는 이 젊은 투수들이 오히려 긴장 없이 끌어가고 있다.

전상현(28·KIA)도 이미 23일 열린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승리를 이끄는 역투로 그 담대함을 보여주었다. 0-1로 뒤진 6회초 무사 1·2루에서 화제의 첫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던져 1차전 MVP로도 선정됐다.

전상현은 “내가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고향이 대구인데 삼성과 하게 돼서 남다르긴 하지만 한국시리즈가 처음이라 떨리는 느낌은 없었다. 굉장히 설레고 재미있다. 1차전을 돌이켜보면 그런 상황은 아무나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3차전에서는 홈런 2개를 맞았지만 다음날 “오늘은 아무 문제 없다”고 전혀 주눅들지 않은 모습으로 활기차게 경기를 준비했다.

타자 중에서는 가장 어린 김도영(21)이 안정적인 모습으로 사령탑의 극찬을 받았다. 이범호 KIA 감독은 2차전을 마친 뒤 “어린 선수가 진루타, 수비, 도루, 홈런까지 참 많은 것을 두 경기에서 보여줬다”며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가 돼가고 있다”고 감탄했다.

김도영은 정규시즌에 수많은 기록을 세우는 동안 엄청난 관심과 기대를 받으면서도 “나는 관심을 즐기는 성격”이라며 부담이나 압박감이 아닌 응원으로 소화하는 나이답지 않은 여유를 보여줬다. 한국시리즈 들어서도 공·수·주에서 보여주는 김도영의 적극성과 안정감은 장타 없이도 KIA의 승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오히려 그 맛을 잘 알아서인지, 긴장은 경험 많은 선배들이 한다.

2009년과 2017년 우승 멤버로서 올해도 선발로서 우승 도전을 끌고 있는 양현종은 “우리 어렸을 때는 청심환도 먹어보고 긴장 풀려고 여러가지를 했었는데 지금 어린 선수들은 이런 걸 정말 즐기는 것 같다. 대단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며 김도영, 곽도규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다.

최고참 최형우는 “나도 지금까지도 한국시리즈에서는 긴장이 된다. 이번에도 당연히 긴장됐다. 그런데 1차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방수포를 깔았다가 걷었다가 하면서 너무 어수선해지는 바람에 거기서 긴장이 풀렸다. 어린 선수들도 아마 그래서 지금 긴장 안 하는 것일 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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