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제네시스 3형제가 먹여살렸다”…LA오토쇼 2024 현장

2024-11-22

모빌리티 혁신도 캐즘(일시적 정체)에 빠졌나-.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사전개막한 ‘2024 LA오토쇼’는 예년보다 조용한 분위기였다.

LA오토쇼가 열린 로스앤젤레스컨벤션센터(LACC)는 ‘사우스홀’ ‘웨스트홀’로 나뉘는데, 현대차·제네시스는 사우스홀에, 기아는 웨스트홀 입구에 자리 잡았다. 30여개의 참가 브랜드 중 전시장 총면적(약 5만2200㎡)의 7분의 1을 현대차·기아·제네시스가 차지했다. 관람객이 몰리는 곳도 이들 3개 브랜드의 부스였다. ‘현대차그룹 3형제’의 독무대로 꾸며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A오토쇼는 내달 1일까지 열린다.

무뇨스 “지금보다 더 큰 변화 없었다”

토요타와 나란히 사우스홀 입구에 약 4193㎡ 규모로 전시 부스를 마련한 현대차는 전날 월드프리미어에서 발표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과 수소전기차(FCEV) 콘셉트카 ‘이니시움’ 등을 이날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차기 대표이사(CEO)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사장)는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현대차에 지금보다 더 큰 변화는 없었다”며 “아이오닉9는 최고의 기술로 미국에서 생산한, 놀라운 전기 SUV로 패밀리 SUV의 진화 모델이다. 이니시움은 획기적이고 중요한 청정 모빌리티 솔루션”이라고 각각 소개했다.

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무뇨스 사장은 내년 1월 CEO 취임 뒤 경영 방침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사장이 설정한 우리 회사의 방향성이 옳다고 생각한다. (현대차는)글로벌 3위 차량 제조사이지 않느냐”며 “현대차의 전략이 아주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새 기술·디자인·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시장 내 경쟁력을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지아 메타플랜트 발표 시점이 IRA 이전이라, 인센티브를 고려하고 공장을 세운 게 아니다”라며 “미국은 현재도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장이고, 전동화는 장기적으로 가야 하는 길이다. 그 여정 속에서 고객들이 하이브리드차(H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여러 선택지를 가져야 한다. 어떤 규제에도 다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기아 ‘전기차 지배력’ 제네시스 ‘고객경험’

기아는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LACC의 웨스트홀에 약 2239㎡ 전시공간 마련하고 지난해 출시한 전기차 EV9의 고성능 버전인 ‘EV9 GT’, 상품성 개선 모델인 ‘더 뉴 EV6’ ‘더 뉴 스포티지’ 등을 각각 소개했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판매법인 영업 담당 부사장은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EV9 GT는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타이어를 비롯해 역동성 있는 차량 세팅을 통해 운전의 재미 요소를 크게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EV6과 더 뉴 스포티지의 경우 디자인을 변경하고, 첨단 사양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제네시스는 별도의 프레스 콘퍼런스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GV70 모델의 고객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내용으로 약 1059㎡ 규모의 부스를 꾸몄다. GV70은 북미 시장에서 출시된 뒤 3년 만에 약 8만5000대가 판매됐다. 이 밖에도 ‘GV60 마그마 콘셉트’ 차량 등을 전시해 기존 플래그십 차량에서 고성능 차량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성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제네시스 옆에 작게 부스를 차린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을 비롯해 전기차 라인업을 전시했는데, 사이버트럭에만 관람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베트남 전기차 회사 빈페스트는 부스를 별도로 차리지 않았지만, 입구에 차량을 전시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美·日은 ‘전동화 지각’ 여실히 드러나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은 SUV·픽업트럭 등 아웃도어 차량을 주로 선보였다. 북미 시장에서 기존에 인기를 끌던 모델을 다시 전시회에 낸 것이다. 일본 토요타는 SUV ‘포러너’와 픽업트럭 ‘타코마’ 등만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닛산은 세단 베르사·리프, SUV 무라노·패스파인더·로그 등을 선보였는데 리프를 제외하면 내연기관 모델이었다.

미국 포드는 SUV ‘엑스피디션’ ‘브롱코 스포츠’ 픽업트럭 ‘메버릭’ 등을 공개하며 각 제품의 트림을 확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디자인을 변경한 티구안 컴팩트 크로스오버를 선보였고, 안토니오 필로사 지프 CEO는 “내년 5월 체로키를 대체할 새 하이브리드차(HEV)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쉐보레·스텔란티스 등도 기존 차량의 트림 확대 모델만을 전시했다. 일본과 미국 업체들의 ‘전동화 지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에드 킴 오토퍼시픽 대표는 “다른 모든 브랜드가 탈락했기 때문에 현대차·제네시스·기아 세 브랜드가 무대 전체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고 오토모티브뉴스는 전했다. 이날 사전관람을 온 마이클 션은 “자동차를 좋아해서 오토쇼를 기대했는데, 전시회장에는 새롭게 눈에 띄는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中 기업 없고 CES로 몰리는 자동차 브랜드

LA오토쇼는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메기’로 떠오른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참가하지 않았고, 글로벌 차량 수요 침체 등으로 여러 브랜드가 신차 출시 일정을 미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소비자가전쇼(CES)·유럽가전박람회(IFA) 등 정보기술 박람회들이 모빌리티 섹션을 만들어 첨단 정보기술(IT) 차량들의 공개 무대 역할을 한 것도 오토쇼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도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참가해 소프트웨어중심차(SDV)·수소생태계·인공지능(AI) 등 비전 발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정의선 회장도 2022년에 이어 올해 초 이 전시회를 참관했다. 정 회장이 최근 공개적으로 참석한 자동차 박람회는 지난 6월 부산모빌리티쇼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전시회의 변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완성차 회사들이 차량 시장 침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을 이유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상황이라 새로운 혁신을 뽐낼 여력이 적은 상황”이라며 “특히 모터쇼는 전통 제조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화하거나 융합하거나, 시너지를 낼 수 없으면 사라질수밖에 없는만큼 전시회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