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가쁜 2주가 지나갔다. 레지던트 원서 접수, 인턴 시험, 직후 시행된 레지던트 선발 면접과 뒤이은 발표까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모든 과정이 한꺼번에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잔인한 평가의 자리에 서 있었다.
불과 1년 전 인턴 선발 과정에서도 면접을 치렀지만, 그때와 이번은 달랐다. 당시에는 국시 성적과 학부 성적이라는 정량적인 지표가 중심이었기에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그러나 레지던트 선발 과정은 훨씬 복잡했다. 지난 10개월간의 인턴 생활에 대한 평가, 공개되지 않는 인턴 시험 점수(정확히는 지원 기관에만 공개되는), 그리고 면접까지 내가 알 수 없는 기준들 사이에 놓인 채 다시 ‘평가받는 사람’이 되었다.
10개월 동안 나름 성실하게 임했다고 자부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준비한 인턴 시험도 후회 없이 마쳤다. 하지만 평가 기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특히 내가 지원한 병원은 발표가 유독 늦어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마음을 졸였고, 퇴근시간이 지나도 잠잠한 핸드폰에 결국 ‘아, 떨어졌구나’ 하고 받아들였을 때 실망감은 생각보다 컸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언제나 위로가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 하루 동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숨죽여 기다려주었고, “괜찮아”, “이번 기회에 쉬어가자”라는 말들로 위로해주었다. 결과 여부와 상관없는 그 포용과 지지가 큰 힘이 되었고 사랑을 느꼈다. 그러다 웬걸, 띠링 하고 울린 핸드폰에 합격 문자가 왔다. 발표가 늦어져 생긴 웃긴 해프닝이었지만 나는 진정한 배려와 사랑 속에 파묻혀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황규영의〈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가 있다.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여기서 끝낼 수는 없잖아, 나에겐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한 줄 한 줄이 들을 때마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노래 가사처럼, 내 세상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 참 당연한 얘기인데 내 마음이 작아지고 조바심에 급급해지니 너무 쉽게 잊고는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문제없다고 믿을 수 있었고,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거다. 살아가면서 넘어질 일이 얼마나 수도 없이 남았을지 감히 예상조차 할수 없다. 그래도 내가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넘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세상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마음속의 내가 작아져 꽁꽁 숨어들어갈 때면 그 위로와 응원을 잊지 않고 나는 문제없다고 외치며 단단하게 버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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