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옥 햇잎푸드 대표

외식업 현장에서만 20여 년 경력을 지닌 그는 최근 《소스 이펙트(Sauce Effect)》를 출간했다. 그를 아는 지인들은 모두 놀란다. 지난 5~6년간 누구도 만나지 않고 조용히 지내던 그가 소스 전문가의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습관처럼 해오던 ‘그나마 잘하는 길’로 가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며 ‘새로운 길’로 간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없는 선택. 소스 제조와 유통, 그리고 분말 소스를 통한 K-푸드 수출에 이르기까지, 그의 세계는 이제 국내에서 글로벌로 몇 백 배 더 확장됐다. 사진 안재훈 장소 카페 델빠네 오월드점 제공

외식업 종사자라면 읽어야 할 책 《소스 이펙트》
대전에 위치한 햇잎푸드는 분말 소스 수출로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661m2 규모의 제1공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1487m2 규모의 제2공장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액상 소스 8톤과 분말 소스 15톤을 포함해 총 23톤가량의 소스를 하루 동안 생산하고 있고, 제2공장이 운영을 시작하면 지금보다 5배 많은 생산량을 가지게 된다. 소스 제품 종류는 분말 70개와 액상 140개 등 총 200여 개 제품. 특히 분말 소스의 경우엔 대부분 해외 수출용이며 60여 개 유명 외식 브랜드 1000여 곳의 가맹점 및 식당에서 햇잎푸드 소스 제품을 사용 중이다. 해외 수출지역은 베트남·중국·일본·미국 등이며, 햇잎푸드 소스를 사용하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연매출 300억원이 넘는 곳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햇잎푸드는 이러한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말 ‘100만불 수출탑’ 수상까지 앞두고 있다.
이처럼 햇잎푸드의 사업 규모가 점차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단행본 《소스 이펙트 Sauce Effect》(이하 소스 이펙트)가 출간됐다. 전 세계 소스 및 장의 역사에서부터 외식 프랜차이즈 소스의 특징, 수출용 분말 소스 제조 노하우, 각 나라의 수출 규제, 소스 수출 시 꼭 알아야 할 기관 및 용어 등에 이르기까지 ‘소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빼곡히 담고 있다. 소스 제조·유통·수출만으로도 바쁜 와중에 단행본 《소스 이펙트》를 출간하게 된 이유는 뭘까.
햇잎푸드 김대옥 대표는 “처음엔 직원들을 위한 공부 자료로 만들었다. 하지만 소스 공장을 몇 년간 운영하면서 ‘소스를 알고 있으면 외식업 운영할 때도 몇 배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부딪히며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책을 펴냈다. 또 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것도, 소스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지난 5~6년간 소스 공장을 운영하며 만난 소스 전문가만 수백 명이 되고, 그들을 통해 배우고 축적해온 것만 해도 몇 천 페이지의 노트가 된다. 이것이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소스 및 외식업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야 할 책, 그런 책을 교본처럼 만들어 햇잎푸드의 전문성을 한층 더 강화시켜나가는 기회로 만들고 싶다”며 《소스 이펙트》 출간의 계기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 소스 전문가의 길로 접어들어
김 대표가 처음부터 소스 제조·유통사업을 시작했던 건 아니다. 2009년 서른네 살 되던 해에 ‘햇잎갈비’라는 이름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고, 간장과 대나무 어린잎으로 1~3차 숙성한 햇잎갈비를 개발한 후 1년 만에 전국 6개 점포 오픈 및 총 120여 곳의 고깃집에 제품을 납품했다. 또 2017년엔 고급 도시락 브랜드 ‘스트릿테이블’을 론칭해 60개 점포까지 오픈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전후로 해 그의 진로는 전혀 다른 곳으로 꺾이게 된다.
햇잎푸드는 전신인 햇잎갈비 시절에도 소스 제조·유통을 했었다. 물론 자체 브랜드에 들어가는 비빔 소스·갈비 소스·냉면 육수·된장 소스 등이었지만 소스 제조, 유통 및 보관 문제에 관한 기본 노하우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대전의 유명한 냉면집이 “햇잎갈비 소스를 사용하고 싶다”고 했었고, 해당 제품을 공급하며 소스 판매 수익이 좋다는 걸 인지하게 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늘 ‘내가 해야 할 일은 외식업이다’라고 생각했으니 신규 브랜드 론칭도 하고 매장 수 또한 공격적으로 늘려나갔다. 그렇게 코로나19의 위기를 잘 넘어가나 했는데, 정작 코로나19가 끝나는 동시에 매출의 80%가 줄어들며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계속해서 앞으로 열심히 내달렸는데 그곳은 막다른 곳이었다.
김 대표는 “20여 년 동안 외식업을 했는데 뭔가 쌓여가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을 하다가 안 하면 고객 수가 줄고, 점포 오픈 후 2년 정도 지나면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유행은 빠르고, 내가 가진 인사이트와 센스는 시대에 안 맞게 조금씩 무뎌져가고. 스스로에게 외식업의 길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겠다고 판단했다. 반면 소스 제조의 경우, 공장 관리에만 집중하면 파트너와 협력사, 레시피가 축적되고 매출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사업이 확장됐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덜 했다. 식당 몇 곳을 동시에 운영하며 소스 제조에 집중해 봤지만, 지속적으로 신경 쓰며 관리하지 않은 식당은 금세 마이너스 매출로 돌아섰다. 이때부터 외식업을 모두 접고, 소스 제조·유통·수출에 매달리기 시작했다”며 소스 전문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에 대해 전했다.
분말 소스,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 구현
햇잎푸드가 소스 제조·유통 전문 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특화한 분야는 바로 ‘1:1 맞춤형 분말 소스’였다. 분말 소스를 통해 전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맛의 음식을 구현하는 것. 전 세계적인 K-푸드의 인기와도 맞물리는 비즈니스 영역이었다. 특히 그는 평소 ‘손맛을 정형화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조리 방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분말화가 우선돼야 했다.
김 대표는 “햇잎푸드가 사용 중인 원재료만 270가지 정도 된다. 그 재료 하나하나 활용할 때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 듣고 공부하기를 반복했다. 제조 기계와 냉장 설비는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스팀 밸브 자동제어는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CJ·동원·웰스토리와 개인 업체들은 어떤 경로로 유통을 하는지, 해외 수출 시 적용하는 천연방부제의 장단점은 뭔지 등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수 백 명을 찾아가 만나며 소스 전문가가 알아야 할 기본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해나갔다. 배합 비율 좋은 레시피 하나 있다고 해서 좋은 소스가 나오는 게 아니다. 소스가 생산되는 과정에서부터 보관·유통의 경로에 따라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맛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 전문가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하고 또 들었다. ‘진짜 전문가’란 우리보다 앞서서 실행하고 경험해 봤던 사람, 그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가장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며 지난 5~6년 동안 햇잎푸드가 소스 전문기업으로 급성장해온 과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 모든 경험과 노하우는 《소스 이펙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60개 브랜드 1000여 곳 식당들이 사용 중인 소스
현재 햇잎푸드는 칼국수·김치·불고기·떡볶이·된장·짜장 등 분말 소스만으로 한식과 중식 대부분의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유통·관리가 간편한 분말 소스의 제품 라인업 덕분인지 60여 개 유명 외식 브랜드 1000여 곳의 식당들은 전 세계 각지에서 높은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햇잎푸드는 프랜차이즈 기업 및 신규 업체를 위한 1:1 맞춤 소스, 맛·건강·인건비까지 생각한 급식 소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스를 개발해 유통·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프랜차이즈 기업 및 해외 진출에 필요한 소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방 효율성 및 안전성’, ‘레시피의 표준화 및 단순화’, ‘주방 인력 및 운영 효율성’, ‘효율적인 유통 및 물류 관리’, ‘제품 맞춤형 조절 능력’, ‘특허 기반 소스 개발 능력’ 등의 6가지 요건을 꼭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프랜차이즈 기업 및 개별 점포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면 더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햇잎푸드의 맞춤형 소스 제품들은 그 과정을 손쉽게 도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햇잎푸드 소스 제품군의 특징과 강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햇잎푸드는 빠른 시일 내에 제2공장이 완공되면 ‘한국 비법 소스’를 대표할 만한 자체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할 예정이고, 장 건강을 생각한 유익균 활용 소스까지 만들어 건강식 및 케어 푸드 시장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서서히 넓혀나갈 계획도 그리고 있다. 지난 5~6년간의 경험과 공부,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소스 이펙트》는 앞으로 몇 배 더 임팩트를 가져다줄 그의 활동 중 일부의 예고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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