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맛’, 글로만 풀었는데 맛있네

2025-10-23

웍과 칼

진짜가 나타났다. 아무리 현란한 사진과 영상이 눈앞에 밀려들더라도 텍스트만 빼곡한 이 책의 힘은 이길 수 없겠다. 생생하게 오감을 자극하며 글을 풀어내는 솜씨 덕분에 첫 장부터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껍질이 조글조글 황금빛으로 바삭하게 구워진 돼지 뱃살 한 덩어리와 겉면을 실로 동여맸던 자리가 올록볼록 그대로 남아 있는 진홍색 차슈 덩어리는 시럽을 발라 윤기가 돈다. 잘 구워진 암갈색 통닭은 천장 조명 아래서 반짝이고, 생동감 넘치게 구부려 구운 오리의 껍질에선 옻칠을 한 듯 광택이 난다.”

이 책은 탕수육으로 중국요리를 처음 접했던 영국 출신 작가이자 요리사인 저자가 30여년에 걸쳐 중국에서 요리를 배우고 부대끼며 음식을 탐구한 결과물이다. 지역별 특성이 두드러진 중국 음식의 역사와 다양성, 진하고 다채로운 풍미, 활력 넘치는 조리법, 평범한 일상식부터 특별한 날에 즐기는 사람 냄새 가득한 만찬까지 중화요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중국 전역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압축적으로 시공간을 여행하는 듯한 즐거움에 책장 넘기기가 아쉬울 정도다.

중화요리는 전 세계에 가장 많이 퍼져 있는 음식인데 그만큼 편견과 오해도 많이 따른다. 슈퍼마켓에서 구입해 데워 먹거나 길거리 포장음식으로 누구나 흔히 접할 수 있기 때문일 터다. 저자는 “서양이 ‘분자요리’에 열광하기 전부터 중국 요리사들은 생선을 국수로, 닭가슴살을 두부로 변형시키는 등 다양한 혁신을 펼쳤다”면서 “서양의 발명품으로 널리 믿고 있는 음식문화의 전신을 이미 수백년 전부터 구현해온 중국의 요리란 무엇이고 어떻게 이해하고 먹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애정을 드러낸다. 저자가 포착한 중국 식문화의 특징은 식재료와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의학적 가치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체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미식과 식이요법이 조화를 이룬다는 점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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