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랫사람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 능력을 발휘하도록 수고로운 일을 시키는 것이 지도자의 진정한 사랑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아무런 일도 시키지 않고 안락하게만 해 준다면 그것은 무능한 제왕이 애첩이나 내시에게 베푸는 총애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다고 해서 잘못이 있음에도 깨우쳐주지 않는다면 간신을 양성하는 꼴이 되고 만다. 사랑은 일한 보람을 느끼게 하는 데에서 무르익고, 충성은 지적받는 깨우침으로 인해 더욱 굳어진다. 그래서 공자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일을 안 시키고, 말을 잘 듣는다는 이유로 지적을 하지 않는 것을 경계하라고 일렀다.

공자의 이 경계는 부모의 자식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자식은 어려운 일도 시키고 호된 혼도 내며 길러야 사람 구실을 제대로 하는 인물로 성장한다. 시험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청소도 안 시키고, 뭐든지 “오냐, 오냐” 하면서 뜻을 받아주면 자식은 시험에는 합격할지 모르나 결국은 무례한 무능력자가 되거나 안하무인의 몽니를 부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난폭자가 되고 말 것이다.
부하나 자식을 사랑한다면 일도 시키고 지적과 충고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자하고 성숙한 지도자가 되고 철든 부모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