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최근 과세 당국이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활용해 정교하고 은밀하게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는 가운데, 과세 당국은 조사 대상자 선정을 위해 AI를 이용해 어떤 분석을 했는지 막힘 없이 설명해야 한다고 한 국제조세 전문가가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 디지털 전환과 복잡한 거래구조로 세법 해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수 예측 난이도가 증가, 과세관청이 사후적 과세수단으로 이를 바로잡아 단기 세수를 확보하려고 집착하는 현실은 장기적으로 조세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해친다고도 지적했다.
법무법인 ‘린’에서 파트너로 활동하는 설미현(사진) 변호사는 7월 하순 <조세금융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AI를 활용한 세무조사 선정 방식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세무조사 통보서를 받은 납세자가 ‘왜 나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AI 시대의 세무행정이 진정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설미현 변호사는 “국제거래 관련 세무조사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는데, 특히 AI 분석 시스템이 조사대상 선정을 보조하면서, 기업이 자각하지 못한 ‘위험(risk)’가 포착돼 조사가 시작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세무조사의 흐름을 읽고, 사전에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 변호사는 “과거에는 외환거래금액이 큰 거래나 신고 오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거래 패턴, 반복성, 연관 법인까지 시스템이 포착한다”면서 “특히 국제거래는 거래 당사자와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불일치할 경우 더욱 빠르게 위험으로 감지된다”고 귀띔했다.
설 변호사는 최근 과세관청이 내부적으로 세법 해석을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자주 변경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특히 최근 디지털 전환과 복잡한 거래구조 속에서 세법 해석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과세관청이 이를 사후적으로 바로잡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 변호사는 <조세금융신문>에 기고한 ‘세법상 신의성실 원칙과 과세관청의 책임’이라는 칼럼에서 과세당국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단기적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조세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세관청은 조세 징수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스스로의 과거 입장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해석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이를 일방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되며, 최소한 사전 공지와 경과 규정을 두어 납세자의 신뢰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조세불복 절차에서 ‘관청의 신의성실 위반’을 명시적 취소 사유로 인정하는 제도적 보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세법률주의’는 단지 법 조문을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납세자가 합리적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제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실질과세 문제는 ‘고정사업장’의 존재 및 위치라는 점을 지적하며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으면 내국기업으로 보는데, 사업내용과 본질적 업무수행 여부, 국내에 관리장소 등을 두고 사업을 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 판단해 국내 고정사업장을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고정사업장 이외에도 ▲거주자・비거주자 판단 ▲국내 원천의 사용료소득 등이 국제조세 분야에서 ‘실질과세원칙’상 자주 다투는 문제로 지적됐다.
한편 설 변호사는 해외출자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행강제금 제도가 오는 9월16일부터 시행되므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도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국세청은 올해 9월15일 이후 착수된 세무조사부터 일정 기한 안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1일 평균 수입금액에 0.1~0.2%(산정이 곤란한 경우 1일 500만원)을 이행강제금으로 징수한다.
설 변호사는 “국세청 내부 2인을 포함한 6인의 이행강제금심의위원회 제도가 마련되지만 중요한 회계자료 및 증빙 등을 보관하면서 과세관청의 요구 때 제 때 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설미현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국세청이 AI를 활용해 세무조사 대상 납세자를 선정한다고 하는데.
▲ AI 분석 기술이 도입되면서 조사대상 선정이 더욱 정교해지고 은밀해졌다. 과거 외환거래금액이 큰 거래나 신고 오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거래 패턴, 반복성, 연관 법인까지 시스템이 포착한다. 특히 국제거래는 거래 당사자와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과 불일치할 경우 더욱 빠르게 리스크로 감지된다.
― 해외진출기업이나 역외 소득이 있는 납세자들의 세무 부담이 커질 것 같다.
▲ 그렇다. 국제거래 관련 세무조사는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특히 AI 분석 시스템이 조사대상 선정을 보조하면서, 기업이 자각하지 못한 ‘리스크’가 포착돼 조사가 시작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해외출자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이행강제금 제도가 9월16일부터 시행되므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무조사의 흐름을 읽고, 사전에 위험(risks)을 관리(management)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 구체적으로 국제조세 분야에서 납세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게 있을까?
▲ 조만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예고돼 있다. 오는 9월 16일부터 시행되는 ‘이행강제금 제도’다. 일정 기한 내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1일 평균 수입금액에 0.1 내지 0.2%에 해당하는 부과비율을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평균 수입금액이 없거나 그 산정이 곤란한 경우 하루 최고 500만원을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된다. 오는 9월15일 이후 시작된 세무조사부터 적용된다.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 위해 6인의 위원(국세청 내부 위원 2인 포함)으로 구성된 이행강제금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해외거래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사업자, 인적용역 제공 개인 비사업자등이라면 중요한 회계자료 및 증빙 등을 보관하면서 과세관청이 요구하면 제 때 내야 한다. 그래야 이행강제금을 면할 수 있다.
—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한미관세협상 등 훨씬 복잡다기해지는 해외거래에 대한 세무 부담까지 늘어나니 납세자로서는 참 고역이다.
▲ 국제든, 국내든, 무릇 거래를 하는 사업자들은 위험(risks) 통제(control) 만큼 중요한 게 없다. 증빙자료를 준비하고 해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게 핵심이다. 실제 세무조사에서는 증빙력 부족으로 억울한 과세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AI 세무조사 시대를 맞아 납세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받아야 하는지, 관련 위험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많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로펌 파트너가 되기 전, 국세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고 들었다.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변호사시험(2회)을 통해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2009년 국세청에 입직 후 10여 년 간 일했다. 본청 개인납세국과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및 송무국, 일선 세무서 재산세과, 조사과, 개인납세과 등에서 근무하면서 조세행정의 이론과 실무를 두루 섭렵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에 3년 근무하면서 국제조세에 관한 박사 논문도 썼다. <국제조세에서 ‘수익적 소유자’ 개념과 ‘실질귀속자’ 개념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라는 조세법 분야 박사 논문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2022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올 3월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로 ‘린’에 합류했다.
— 기업 자문 수임도 많을 텐데, 납세자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국제조세 관련 강의도 한다고 들었다.
▲ 오는 9월 중순 한국납세자연맹이 주최하는 '세무조사 대응전략' 강의에 연사로 초청받았다. 국제조세 ▲조사선정 기준 ▲조사 과정에서의 대응 주안점 ▲이전가격, 자금출처조사 등 주요 과세 쟁점 ▲불복 절차까지 실무 흐름을 쉽게 설명할 예정이다. 해외진출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받을 때 통상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제조・ 유통・서비스・도매 등 업종별 세무조사 사례, 불복 사례도 공유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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