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사기범죄조직의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사건 예방을 위해 경찰 등 당국이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다. 한국인 고문·살해 사건이 벌어진 뒤에도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는 ‘고수익 일자리’ 미끼로 내건 구인 광고 게시물 단속을 강화하고, 이에 유혹돼 캄보디아로 가려는 사람은 아예 공항에서 출국을 차단한다는 게 대책의 골자다.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합동대응팀이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15일, 다수의 채용 관련 웹사이트와 해외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여전히 ‘텔레마케팅(TM) 정규직’ ‘해외 취업’ ‘급여 월평균 2000만원 이상’ ‘최고급 숙소 제공’ ‘안전한 근무 환경’ ‘확실한 보안’ 등 구직자를 유혹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한 게시판에는 최근 논란이 된 감금·폭행 사건을 직접 언급하고, 자신들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사람을 모으는 글도 버젓이 게시됐다.

이들은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소셜미디어에서 피해자에게 접근해 호감을 표시하며 신뢰를 쌓은 뒤 돈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 등의 일을 시킬 사람을 찾고 있었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다는 한 모집책에 직접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근무 조건 등을 물어보니 “기본 계약은 3개월부터”라며 “숙소 생활은 월~토요일만 하고, 토요일 퇴근 이후 일요일까지는 외출도 가능하다”는 등의 답이 돌아왔다. 일부 온라인 게시판은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올라온 구인 게시물과 이를 비판하는 글이 함께 업로드 되며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이처럼 ‘고수익’을 내세운 미끼 게시물이 활개를 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우선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종합대응단’을 가동해 캄보디아 관련 온라인 게시물을 철저히 감시하기로 했다. 경찰이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게시물을 잡아내면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방미심위) 등을 통해 차단하는 방식이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방미심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내용의 인터넷 페이지 정보를 차단할 수 있고, 사이트의 주된 목적이 불법이라면 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수도 있다.
이날 ‘고수익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 게재로 캄보디아 유인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된 하데스카페가 이날 “관련 글을 모두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출범한 하데스카페 운영자는 공지를 통해 “우리 카페가 캄보디아·베트남 등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 중개와 관련된 불법 활동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대여, 납치·고문, 사망 사건 등은 우리 회원들의 안전과 사회 전체 안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베트남, 중국 등 해외 지역을 기반으로 한 텔레마케팅, 온라인 카지노, 대포통장 관련 등 모든 구인·구직 게시물을 전면 차단하고, 관련 글은 모두 삭제하며, 해당 계정은 영구 정지 처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울러 취업 미끼 게시물을 보고 캄보디아로 출국하려는 사람이나 피싱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의 출국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전담 경찰관도 배치했다. 또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범죄조직의 납치 등 첩보를 최우선으로 분석해 전국 시·도경찰청 전담수사팀이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을 출범하고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 범죄조직에 의한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보이스피싱은 국가적 위협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피해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