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하야하라" 시위 촉발한 中 10대 폭행 사건 진상은

2025-08-07

“민주주의를 돌려달라.” “공산당 물러나라.”

지난 4일 밤 중국 쓰촨성 북부 장유(江油)시 정부청사 앞.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구호를 외쳤다. 경찰이 도로를 봉쇄하고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지만, 분노한 시민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시민들은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불렀다. “일어나라,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는 자들이여!” 시민들은 성난 목소리로 절규했다. “범인을 엄중히 처벌하라”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고향으로만 알려졌던 중국 장유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계기는 고작 3분짜리 동영상 때문이었다. 한 소녀가 장유시의 폐공사장에서속옷과 반바지만 입은 채 한 무리의 또래 소녀들에게 구타를 당하는 영상이었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피해 소녀가 가족이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고 외치자 가해자는 “우리가 무서울 줄 알아. 전에도 가봤다”라며 “열 번도 넘게 갔는데, 20분도 안 돼 (경찰서를) 나왔다”고 되받아쳤다. 괴롭힘은 4시간 넘게 계속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의 친척은 이번 사건이 지난 7월 22일 일어났으며, 이미 오랫동안 학교에서 괴롭힘과 따돌림에 시달려왔다고 폭로했다.

“경미한 부상” 여론 불 지른 경찰 발표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2일 피해 학생의 부모는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학교에도 사태의 해결을 요청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이달 2일에야 소환됐고, 경찰이 신고를 접수한 시점은 4일이었다. 현지 주민들은 “처벌을 받는 동안 시정 교육을 받지 않고 학교 밖에서 당구를 치는 가해자를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가해 학생의 집안 배경에 대한 여론의 억측이 들끓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14일이 지난 4일이 되어서야 수사 결과를 발표됐다. 게다가 장유시 공안국이 “모든 용의자가 처벌받았다”며 “구타를 당한 라이(賴) 모 학생은 두피, 양쪽 무릎 등 여러 곳에 타박상을 입었으나 감정 결과 경미한 부상으로 확인됐다”며 사태 축소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자 이미 괴롭힘 영상을 본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시민들은 경찰 발표가 “폭행 학생의 가해 행위를 축소했다”며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를 촉구했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피해 학생의 휴대전화를 가해자가 판매한 행위를 ‘강도사건’이 아닌 ‘소란 유발’ 범죄로 분류해 형사 책임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가 장애인이란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청각 장애가 있는 피해 학생의 어머니와 문맹인 아버지가 당국자의 발목을 잡고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에 시민들은 “침묵이 곧 용인이며, 무관심은 상처에 뿌리는 소금”이라며 분노했다.

시위대 체포에 돼지 트럭 동원

폭행사건 이후 일부 SNS에는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가 장유시 공안국 부국장이며, 다른 한 명의 아버지가 시 정부의 고위 간부라고 주장하는 글이 유포됐다. 5일 장유시 상급 행정단위인 ‘몐양시 인터넷 경찰(綿陽網警)’은 위챗 계정을 통해 “조사 결과 가해자 3명의 부모 6명 중 2명은 무직인 실업자, 2명은 외지 노동자, 1명은 현지 판매원, 1명은 현지 외판원으로 확인됐으며, 가해자 부모의 직업 관련 소문은 모두 허위”라고 발표했다. 이어 “유언비어를 퍼뜨린 2명을 체포해 전문기관에 보내 교정교육을 받도록 처분했다”며 뒤늦게 사태 진화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의 첫 발표가 나온 4일 분노한 장유시 시민들은 주요 교차로를 점거하며 대규모 항의 시위에 돌입했다. 5일 새벽부터 경찰의 폭력 진압이 시작됐다. 다큐멘터리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군중을 구타했고,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돼지 등 가축 운반용 트럭을 이용해 시위대를 연행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영상의 유포를 막기 위해 군용 전파 방해 차량도 등장했다.

싱가포르의 연합조보는 7일 “온라인 여론이 일단 거리 시위로 발전하면 군중과 법 집행 기관 사이의 완충지대는 사라진다”며 “누적된 민중의 불만이 돌발사건으로 집단적 배출구를 찾게 되면 언제라도 대규모 집단시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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