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잡으려는 세마리 토끼는"...잡스처럼 PT 나선 양종희

2024-10-24

[FETV=권지현 기자] "KB금융그룹의 주주환원 정책 철학은 '지속가능성' '예측가능성'이다. 총주주환원율에 제한두지 않겠다. KB는 이제 '수익성, 건전성, 주주환원 제고' 이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24일 그룹의 3분기 경영실적 발표 자리에 등장, 고객과 주주들에게 주주환원 계획을 프레젠테이션(PT) 형태로 직접 발표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공식적인 PT에 나선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잡스의 청바지와 블랙 티셔츠 같은 편안한 차림은 아니었지만, 양 회장은 KB금융 CEO의 상징인 '노란 넥타이'를 매고 '엄지척' 포즈도 취하며 PT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양 회장이 KB금융 실적발표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회장은 6분가량 PT를 진행했다. KB금융의 주주환원 현황과 의의, 향후 계획을 순차적으로 담아냈는데 시간 내내 머뭇거리거나 쭈뼛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흐름이 끊기는 지점도 찾을 수 없었다. 짧지 않은 시간 연습하고 다듬었다는 방증이다. 양 회장의 이번 '출연'은 그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후문이다. 양 회장이 작년 11월 취임 후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단어가 '주가부양' '주주환원'이라는 점은 이미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양 회장이 PT에 나선 것을 두고 '자신감의 반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그의 언급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총주주환원율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부분이었다. '총주주환원율'은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 자사주 매입금 등 주주환원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4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은 주주환원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쳐왔는데, 주로 총주주환원율 목표치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둬왔다. 지난해까지 35% 안팎에서 경쟁에 벌어졌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50%까지 목표 비율이 훌쩍 뛰었다. '눈'이 높아진 주주들이 4대 금융 중 가장 먼저 실적발표 자리를 열어 주주환원 계획을 밝힐 'KB의 입'에 주목한 터였는데, KB금융은 회장이 직접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제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또 다른 경쟁의 선두에 서는 길을 택했다.

양 회장은 이날 "그룹은 내년부터 보통주자본(CET1)비율 13%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할 계획이며, 총주주환원율도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024년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자사주 매입·소각, 분기 균등배당 등 2025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2025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 '연중' 기준은 2분기를 기점으로 하되 경우에 따라 3분기 CET1비율을 적용할 수도 있다. 9월 말 기준 KB금융의 CET1비율은 13.85%다.

13% 초과 잉여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총주주환원 비율은 물론 '규모' 역시 늘린다는 의미다. 금리인하 기조에 따라 은행이 과거 만큼의 이자이익을 거두기는 힘들겠지만, 자산시장 성장으로 인해 그룹 전반이 이전보다 많은 비이자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KB금융은 내년에도 이익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위험가중자산(RWA) 및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관리다. CET1비율은 보통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으로 구성된 '알짜 자본'인 CET1을 자기자본을 대출자산의 위험성에 따라 가중치를 둬 평가한 RWA로 나눠 구한다. RoRWA는 RWA 대비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단순 자산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ROA)보다 위험 요인을 더 반영한다.

KB금융은 CET1비율을 연간 13% 중반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RoRWA 중심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RWA 성장률을 과거 10년 평균 수준(6.1%)을 밑도는 5%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9월 말 기준 KB금융의 RWA는 지난 1년간 5.4% 늘어났다.

여신 성장이 가파를수록 RWA가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KB금융은 향후 대출자산에 대해 보수적이면서도 건전성에 입각한 볼륨성장을 꾀해 수익성과 리스크를 이전보다 깐깐히 고려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관측된다. 양 회장이 이날 PT 자리에서 '수익성, 건전성, 주주환원 제고'를 세 마리 토끼라 칭하며 한 번에 묶어 말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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