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자산가 몰리던 미술품 시장도 트럼프 '찬물'[김민경의 글로벌 재테크]

2025-03-31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큰 인기를 끌던 미술품 투자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술품은 6000만 원 이하 작품이나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세금이 붙지 않아 당초 고액 자산가들의 절세나 상속 수단으로도 인기를 끌던 투자 상품이었는데요. 금리가 여전히 높아 이자 비용 부담이 크고,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듯 합니다.

세계 3대 미술 시장으로 불리는 홍콩의 미술 시장도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주말 홍콩에서 열린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경매 매출은 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두 경매사의 합산 매출은 6억 9390만 홍콩 달러로 지난해 봄 매출과 2024년 가을 매출보다 약 40% 감소했는데요. 두 경매사의 봄 매출이 10억 홍콩 달러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18년 가을 이후 처음입니다.

소더비는 42개 품목 중 40개를 판매해 95%의 판매율을 기록했습니다. 구매자 수수료를 제외하면 총 2억 3690만 홍콩 달러의 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크리스티는 41개 품목 중 39개(95%)를 판매했고 매수자들은 총 4억 5700만 홍콩 달러를 냈습니다.

글로벌 미술 시장은 지난해에도 큰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전 세계 경매 데이터를 집계하는 프랑스 컨설팅 회사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2024년 판매된 미술품 규모는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인 99억 달러로 나타났습니다. 뉴욕 -29%, 런던 -28%, 파리 -21% 각각 하락한 가운데 홍콩을 포함한 중국은 2023년 49억 달러에서 2024년 18억 달러로 감소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지요.

특히 아시아 예술계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홍콩 미술시장이 침체로 들어선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며 미술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죠.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현대미술 작품에 대한 규제 우려가 커지면서 해외 컬렉터와 갤러리들이 이탈하고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창작의 자유에 대한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시장에서는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 세계 각국에서 치러진 주요 선거, 여전히 높은 금리로 인한 차입 비용의 증가로 미술품 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초 미술 시장을 반짝 달궜던 '트럼프 효과'도 관세 정책 발표 이후로 빠르게 식어버린 분위기지요. 미술시장 리서치 기관인 아트택틱(ArtTactic) 관계자는 "미술품은 부자들이 자산을 처분해야 할 때 가장 먼저 구매를 중단하는 사치재"라며 "미술 시장은 경제 뉴스에 아주 빠르게 반응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찰스 스튜어트 소더비 CEO 역시 "누군가가 25% 불리한 조건에 있다면 입찰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내 미술품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국내 10개 미술품 경매사의 온·오프라인 낙찰 총액은 약 11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5% 줄었습니다. 낙찰률 또한 46.4%로 호황이던 2021년 67.5% 대비 크게 낮아졌지요. 미술 경매 시장의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미술품은 가격 변동성이 높고 유동성 부족과 거래 어려움이 있어 리스크가 있는 자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습니다. 금 현물은 최근 4주 연속 올라 전날 한때 온스당 3125달러 선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19% 오른 것으로, 분기 기준 1986년 3분기 22.49%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입니다. 은값도 올해 들어 18.95% 폭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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