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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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San Francisco Tape Music Festival 2025'에 다녀왔다.
이 페스티벌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테이프 음악' 연례 축제다.
아날로그 테이프와 고정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오디오 작품을 3차원의 극장 공간에서 선보이는 행사다.
축제에는 42명의 미국과 해외 작곡가가 참여해 관람객과 만났다.
필자는 축제에서 아날로그 기술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히 독창적인 예술 도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테이프를 활용해 실험적 음악을 제작하고 연주하는 아티스트가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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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구식' 기술을 버리지 않고, 기존 매체에 현대적 해석을 입혀 지속해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공연장 안에서는 작곡가와 관객이 함께 어둠 속에 앉아 그저 스피커로 들리는 음악만을 감상했다.
공연장은 24개의 하이엔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라이브로 관객을 둘러싸는 경험을 선사했다.
공연장은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암전이 돼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러한 서라운드 시스템은 아무런 시각적 자료 없이도 청각적 감상을 넘어선 예술적 몰입을 제공했다.
이곳에서 필자가 느낀 점은 명확했다.
인공지능의 부상 속에서도 아날로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예술은 살아 숨 쉬며, 나아가 인공지능과 공존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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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예술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San Francisco Tape Music Festival'은 디지털 음악과 인공지능 생성 음악이 주류가 되는 시대에, 테이프 녹음과 고정 미디어 작품이라는 독창적 형태의 예술을 통해 과거 기술의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시켰다.
필자 또한 수년 전에 전자음악 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기에 이 축제가 가진 매력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페스티벌 작품은 디지털화 이전의 창작 도구로도 얼마나 정교하고 깊이 있는 예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
특히 필자와 같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전환기 때 성장기를 보낸 세대에게는 더더욱 잘 와닿았다.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대중문화와 실험 음악의 교차점에 초점을 맞춘 세션이 열렸다, 아날로그 예술이 현대의 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대중음악의 요소를 실험 음악의 틀 안에서 재구성하거나, 콜라주 형태로 재해석하는 방식의 연주를 선보임으로써 청중들에게 매우 색다른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전자음악의 역사에 중요한 인물인 독일의 현대음악 작곡가 슈톡하우젠과 아방가르드의 주요 예술가였던 미국의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의 작품이 새롭게 편곡돼 연주됐다.
기존의 상징적인 작품이 오늘날의 기술과 실험적 접근을 통해 새롭게 선보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현대 전자음악의 선구자인 반젤리스와 조르지오 모로더의 작품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모로더는 8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 감각의 전자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축제에서 선보인 새로운 음악 작품으로는 크리스틴 밀트너와 더글러스 맥카슬랜드와 같은 이 시대 전자음악 작곡가의 2025년 신작도 있었다.
이들은 테이프 음악 작곡뿐 아니라 어쿠스틱, 퍼포먼스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밀트너 같은 경우에는 전문 분야가 작곡, 사운드 디자인, 로고 제작, UI 사운드 디자인, 웹·모바일 및 콘솔 게임을 위한 맞춤형 스코어링 등에 초점을 맞춰 작업해왔다.
그는 또한 소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대화형 음악 시스템.
Unity에서의 오디오 통합, HTML5 웹 오디오 API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동시대의 여러 작곡가는 여러 방면에서 시대에 따라 개발되는 다양한 기술로 본인의 예술 활동을 확장해 나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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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과 아날로그 예술…대립 아닌 공존 필요 필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인공지능 기술이 예술에도 혁신을 가져왔다고 역설했다.
특히 음악과 미디어 예술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아날로그 매체와 예술 작품이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듯이, 인공지능이 모든 예술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본다.
인공지능은 현재에도 기존 예술과 결합해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음악 분석과 작곡을 자동화해 예술가가 더 창의적이고 복잡한 작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날로그 예술은 이전의 기술 매체를 향수로 남게 하지 않고, 지속 가능성과 독창성을 가지게 한다.
즉,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대세가 되는 시대에도 차별화된 가치를 지닌다.
아날로그 예술은 고유의 촉각적, 물리적 특성을 통해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독특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 작품이 이러한 아날로그 감각을 강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니고 있다.
테이프 음악의 파형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분석해 시각화하는 것이 좋은 사례다 여기에 기존 테이프 녹음의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변주를 생성할 수도 있다.
아날로그와 인공지능이 상호 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San Francisco Tape Music Festival'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인간과 기계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곳에서 필자는 아날로그 예술이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도달할 수 없는 감각적, 정서적 깊이를 제공하고 인공지능이 이를 보완·확장함으로써 예술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디지털 중심의 예술이 기존 예술 형식과 경쟁하는 시대가 아닌, 협력하고 공존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예술과 기술의 공존을 위한 질문 인공지능 시대에 예술이 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인간의 창의성과 기계의 효율성이 공존할 수 있을까? 예술이 단순히 대량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감정을 반영하는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까? 샌프란시스코에서 봤던 여러 풍광은 필자에게 예술과 기술의 갈등·공존에 대한 다각적 체험으로 다가왔다.
전광판을 장식한 인공지능 대기업의 광고 뒤에는 여전히 테이프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가 존재했다.
미술관에서는 고전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기술과 예술이 공존하는 방식은 아직 정답이 없는 질문이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예술적 영감과 혁신이 피어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선택은 모두의 몫이다.
인공지능과 함께 예술의 경계를 넓혀갈 것인가, 아니면 기술의 발전 속에서 인간의 고유한 예술성을 방어할 것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벌어진 인공지능 관련 현안은 모두가 고민해야 할 예술의 미래를 묻고 있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