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함이란 무엇인가

2025-03-02

위대함의 증거는 무엇일까. 이것만은 확실하다. 음악인을 예로 들면 음악은 몰라도 이름은 아는 대중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밥 딜런이 그런 경우다.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대중음악 역사상 위대한 이 중 하나다. 얼마 전 전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사진)이 개봉했다. 한국에 마니아가 없지 않지만, 그의 국내 인기는 해외와 차이가 크다. 해외는 학술 논문을 검색하면 끝도 없이 나온다. ‘딜러놀로지(Dylanology)’라는 학문까지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믿을 구석은 단 하나뿐, 바로 스타 배우 티모테 샬라메의 존재감이다.

적어도 음악적 측면에서 <컴플리트 언노운>은 흠잡을 구석 없는 영화다. 전기 영화의 으뜸 미덕이 충실한 고증과 성실한 재현에 있다면 10점 만점에 9점은 된다. 티모테 샬라메는 영화에서 진짜 딜런처럼 말하고 노래한다. 1960년대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풍경을 관람하는 재미도 상당하다.

기실 딜런은 정의하기 까다로운 음악가다. 정규작만 40장에 대중음악의 근간이라 할 장르는 거의 다 시도했다. 기독교 신앙을 표방한 앨범도 3장이나 냈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현명하다. 1965년에 초점을 딱 맞췄다. 딜런이 전기기타를 들고 포크록을 시도해 포크 순수주의자로부터 야유를 받은 그해다.

딜런은 지적 섬세함과 자기 파괴적 열망을 함께 지닌 예술가다. 평생에 걸쳐 스스로를 낯설게 하는 균열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동의 없이 자신을 호명하고, 분류하는 외부의 시선에 저항했다. 그 모든 시작이 이 영화가 그리는 1965년에 위치한다고 보면 된다. 영화를 감상하면 왜 그가 위대한 음악가로 인정받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잘 만든 전기 영화는 깊이 있는 주석과 같다. 주석은 원본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주석은 원본을 더욱더 풍요롭게 해준다. <컴플리트 언노운>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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