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 어플리케이션이 야구계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다.
‘스포디’라는 어플은 리코스포츠 에이전시(이하 리코)가 만든 것으로 월 구독료를 내면 소속 야구 선수들과 팬들이 소통을 할 수 있다. 아이돌 가수 소통 어플과 비슷한 방식이다.
하지만 정작 주된 공략층이었던 팬들에게서 선수의 ‘아이돌화’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불거졌다. KBO는 물론 각 구단과의 교류 없이 어플이 발매됐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리코는 지난 25일 저녁 해당 어플의 서비스를 중지한다고 공지하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어플이 사라졌다고 해서 일련의 과정들을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리코는 현재 KBO리그 에이전시 중 보유 선수가 가장 많다.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야구 선수만 60명이다. ‘한 대리인이 동시에 구단당 선수 3명, 총 선수 15명을 초과해 대리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무색하다. 규정의 헛점을 노려 FA를 앞둔 선수를 대리인 계약으로 신고한 뒤 그 뒤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세’를 넓혔다.
하지만 리코를 포함해 현재 에이전시들의 행보는 ‘협상’ 때만 두드러진다. 선수가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구설 혹은 사건에 휘말릴 때는 모든 책임과 뒷수습을 온전히 구단이 진다.
만약 해당 소통 어플이 그대로 운영됐을 경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다. 앞서 선수들이 SNS를 통해 실언을 해 논란을 빚은 사례가 이미 여러 번 있다. 그 때마다 공식 입장은 구단이 내놓고 소속 팀 감독이 고개를 대신 숙이기도 했다. 선수가 부진으로 팬들의 비난을 받을 때 멘탈 관리도 구단의 몫이다. 어플로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리코스포츠가 가져가면서 선수 관리는 구단이 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현장에서는 유명 선수들을 놓고 리코 소속이냐 아니냐로 구분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리코는 ‘세’를 점점 더 불려나가려 노력하는 중이다. 소속 선수들을 리그의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30일에는 리코 주최로 열리는 ‘더 제너레이션 매치’라는 이벤트 경기가 열린다. 양의지(두산), 원태인(삼성) 등 에이전시 소속 선수들이 참가해 치르는 경기다. 비활동기간이라는 명분으로 소속 선수들을 한 데 소집해 경기하게 한다.
구단들은 리코의 시장 독점을 향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스토브리그만 되면 속절없이 끌려간다. 대형 선수 영입 경쟁 과정에서 구단 간 눈치 싸움이 심하다보니 에이전시는 흥정에 이용하기 쉽고 구단은 울며 겨자먹듯 지갑을 연다. 100억대 계약이 매년 그렇게 나온다.
몇 년 동안 관망만 하고 있는 KBO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2018년 에이전트 제도를 처음 도입하기 전 충분한 준비도,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어플 사태가 빚어지고 나서야 대책 마련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미 몸집이 커질대로 커져버린 대형 에이전시의 독과점을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책을 내놔야 한다. KBO 관계자는 “27~28일 열리는 윈터미팅에서 이 사안에 대해 규정 개정 등 각 구단들과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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