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 맞벌이 부부의 ‘팀플’…세 아이 알아서 서울대 갔다 ⑥

2024-12-29

가사와 육아 분담은 부부 갈등의 씨앗이다. 맞벌이에 다둥이라면 더 그렇다. 누군가는 억울하다. 똑같이 일하는데, 가사와 육아는 혼자만 하는 것 같다. 상대는 항변한다. “나도 할 만큼 한다”고. 출구 없는 가사와 육아, 어떻게 해야 갈등 없이 해낼 수 있을까?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 특별기획 ‘그 부부가 사는 법’에서 강인구(56)·신한미(53) 부부를 찾아간 건 그래서다. 부부는 27년 동안 맞벌이를 하며, 오남매를 키웠다. 격무에 치여도 큰 갈등 없이 오남매를 키워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강인구·신한미 부부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법조인이다. 남편 강씨는 변호사로, 아내 신씨는 판사로 일한다. 업무 강도가 높기로 유명한 법조인 부부는 오남매를 낳았다. 1999년부터 두세 살 터울로 태어난 오남매 덕에 부부의 육아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영유아를 둔 워킹맘의 하루 평균 돌봄 시간은 11.69시간. 영유아 한 명 돌보는 데 하루 12시간 남짓의 시간이 필요한데, 10년간 다섯 명의 영유아를 키워냈다. ‘가사와 육아는 전적으로 남의 손에 맡겼겠지’ 하는 의심을 받는 건 그래서다.

부부도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한 건 결코 아니다”고 강조한다. “도움은 받았지만, 주도권은 절대 놓지 않았다”는 게 부부의 설명이다. 가사는 도우미의 손을 빌렸지만, 아이들 학교 숙제며 학원 일정은 부부가 챙겼다. 아이를 둘러업고 일했고, 의뢰인 상담을 하다가 아이 하원시키러 어린이집으로 출동했다. 가사도우미가 미처 하지 못한 청소며 빨래, 장보기는 주말에 몰아서 했다.

부부의 헌신 덕분일까. 첫째, 둘째, 셋째가 나란히 서울대 합격증을 받았다. 이렇다할 부모의 교육열이나 정보력없이 말이다. 진로 학과도 학원 선택도 모두 아이 스스로 결정했다. 중·고등학생인 넷째와 막내도 특유의 리더십과 요리 솜씨로 형·누나와는 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법. 그런데도, 이 부부는 일곱 식구를 큰 위기 없이 잘 꾸려왔다. 비결을 묻자, 부부는 “전우(戰友)가 되면 가능하다”며 웃었다.

Intro. 가사·육아, 돈이 전부가 아니다

Part1. 억울하다고? 따지지 말아라

Part2. 비밀은 없다

Part3. 도움 받고 베풀어라

🧮 억울하다고? 따지지 말아라

1995년 사법고시 스터디 모임에서 만난 두 사람은 남다른 궁합을 자랑했다. 아무도 못 푼 문제도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척척이었다. 신씨가 주어진 지문을 꼼꼼히 분석하면, 강씨는 지문의 맥락을 읽었다. 성격도 잘 맞았다. 진지한 남편과 쾌활한 아내는 합이 좋았다. 신씨는 “각자가 못하는 걸 상대가 잘했다. 그래서 둘이 있으면 완벽해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궁합 맞는 짝을 만났으니, 합격도 자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합격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살림도 합쳤다. 하지만 결과는 둘 다 낙방. 보통 이런 상황이면, 남편의 합격을 위해 아내가 학업을 잠시 내려놓고 내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인삼각 경기를 택했다. 같이 살림하고, 같이 공부해서, 같이 합격하기로 했다. 그렇게 부부의 전우애가 싹텄다. 아내가 요리하고 거실 쓸면, 남편은 설거지하고 바닥을 닦았다. 아내는 국어를, 남편은 사회를 가르치며 학원 강사로 돈도 벌었다. 그렇게 각자 잘하는 일을 맡아 함께 했다. 그렇게 1년 고군분투 끝에 두 사람은 97년 사법시험 최초 ‘부부 동시 합격’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서로 잘하고 못하는 게 뭔지 속속들이 알았어요. 그래서 상대가 못하는 건 부탁하지 않았죠.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찾아서 했어요. 그러니 각자의 빈틈이 채워질 수밖에요.”

아이를 다섯이나 낳을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쌓은 전우애 덕분이다. 각자 할 일을 찾아 하니, 기 싸움 할 일이 없었다. 사교적인 남편은 육아를, 꼼꼼한 아내는 가사를 전담했다. 주말 아침, 남편이 일찌감치 아이들 데리고 찜질방에 가면, 아내는 밀린 집안일도 하고, 사무실로 가 밀린 일도 처리했다.

물론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순탄하게 나눠진 건 아니었다. 신씨가 첫아이를 낳고 100여일 만에 전주로 발령받았을 때가 그랬다. 시부모님이 뛰어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 때문에 부부는 아이를 둘러업고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지냈다. 아이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한 사람에게 일이 쏠렸다. 억울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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