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오염에 증설공사 중단된 백령발전소…‘탄소제로섬’ 꿈은 어쩌나?

2024-10-14

공항이 들어설 예정인 백령도가 발전소 안팎에서 검출된 발암물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14일 허종식 국회의원(민주·동구미추홀구갑)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옹진군 백령면 남포리 백령발전소 인근 토지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3601㎎/㎏이 검출됐다.

이는 기준치인 2000㎎/㎏의 1.8배를 초과한 수치다. 이로 인해 349㎥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백령발전소를 운영하는 한전은 이후 오염토 정화에 들어가 올해 5월 마무리했다.

문제는 기준치를 초과한 발암물질이 발견된 토지가 지난 2021년 한전이 발전소 증설을 위해 매입한 곳이라는 점이다.

현재 백령발전소는 15㎿ 규모의 발전소 8기를 돌려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한전은 백령발전소 용량을 21㎿까지 확대하기 위해 인근 토지를 매입한 뒤 증설공사에 착수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토양 오염에 따른 정화작업 이후 아직까지 증설공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령공항 건설과 함께 백령도를 ‘탄소제로섬’으로 만들겠다던 인천시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는 백령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백령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국토부는 공항 건설 시 전력 수요 방안에 대해 기존 백령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만으로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나 발전소 증설공사가 재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 8기 중 7기가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발전기라는 점은 ‘탄소제로섬’ 실현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디젤엔진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일산화탄소·탄화수소·이산화황 등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백령공항 주변에 호텔·여객터미널 등 배후단지가 들어서면 전력사용량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발표한 백령공항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백령공항 건설 시 7.5㎿ 규모의 전력 수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시는 백령공항 주변 배후단지 조성 시 29.2㎿ 규모의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시의 계획인 ‘탄소제로섬’을 위해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부는 우선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기본계획 수립 단계지만 법상 여객터미널을 조성하면 신재생에너지를 써야 한다”며 “기본계획 수립 후 실시설계에 들어가면 구체적인 신재생에너지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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