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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도전의 연속…아산 정주영 회장이 1001마리의 소를 끌고 북한을 방문했을 때 나는 그 현장에 있었던 16살 소녀”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컴업 2024가 개막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다. 올해 컴업에는 크게 네 개의 메인 무대가 준비되었는데, 컴업(come up)이라는 이름처럼 땅을 뚫고 나와 움을 틔운 스타트업이 곳곳에서 자신들의 기술과 비전을 발표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소떼를 몰고 방북했을 때 16살이었던 소녀 김다혜는, 2004년엔 기술 스타트업 ‘HLS환경이’의 대표가 되어 컴업 무대에 올랐다. 컴업 부대행사 중 하나로 아산나눔재단이 마련한 ‘아산상회 6기 데모데이’의 첫번째 참가자다.
아이들이 환경오염으로 인한 아토피로 고통받지 않도록,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자는 마음에 창업했다. 작물이 자라는 밭을 덮어 땅의 수분을 유지하고 병해충을 방지하는 ‘농업용 멀칭필름’을 친환경 소재로 전환하는 일을 한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기존 멀칭필름은 환경을 오염시킬 뿐더러 농사가 끝나면 반드시 수거해야 하는 농가 부담이 있었다. 김다혜 대표는 “6개월 안에 자연분해가 되어 미생물에 의해 퇴비가 되는 과정을 거쳐 (기존의 멀칭필름 대비) 수거 비용을 200% 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상회 데모데이에는 HLS환경이를 포함해 총 10개의 팀이 기술과 비전을 공유했다. 이들은 모두 탈북민 출신으로 지난 4월부터 7개월 간 아산상회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에 도움을 받았다. 아산상회는 정주영 회장의 호인 ‘아산’과 그의 생전 첫 사업체 ‘경일상회’의 이름을 각각 따와 만들어졌다. 북한이탈 청년 창업가가 기업가 정신ㅇ르 함양하고 창업을 통해 자립과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단 목적으로 만들어진 포용적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정남이 아산나눔재단 상임이사는 “오늘 이 데모데이가 컴업이라는 큰 무대에서 펼쳐지는 만큼 탈북 청년 창업팀들이 여기나온 다양한 창업 생태계 관계자들과 연결이 되고, 또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산상회 데모데이가 열리는 그 시간, 동시에 또 한 곳의 무대에서는 ‘퓨처톡(Future talk)’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퓨처톡은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총 15개 발표로 꾸려진다. ▲학생이나 예비창업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비기너’ 세션과 ▲창업가나 전문가가 들으면 좋은 ‘엑스퍼트’ ▲스타트업 종사자에 맞춤한 ‘파운더’ 트랙으로 나뉘었다.
퓨처톡의 첫 발표이자 키노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유니콘 기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가 맡았다. 최근 SK의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이하 사피온)와 합병 절차를 완료한 국내 대표적인 AI 개발 스타트업으로, 합병 당시 기업가치를 1조3000억원으로 평가받은 국내 첫 AI반도체 유니콘이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센터장과의 대담에서 박성혁 대표는 “엔비디아를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한국서 독보적 지위를 가졌다”며 “레퍼런스가 많다. 이 시장에선 잘하고 있고 매출을 가져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퓨처톡에는 박성혁 대표 외에도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알리아 압둘라 알마즈루이 UAE 경제부 창업담당관, 이상민 뉴빌리티 대표,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 이인섭 프리딕션 대표, 이재원 엔엑스엔랩스 대표, 추유진 아트디렉터스길드 컨셉 아티스트, 김종민 SM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리얼라이브 이사,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권오형 퓨처플레이 대표 등이 참여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한다.
컴업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스타트업이고, 그중에서도 경쟁 끝에 ‘컴업 스타즈’에 이름을 올린 마흔개 스타트업의 피칭이다. 마련된 네개의 무대 중 한 곳에서는 이들 스타즈들이 심사위원과 청중 앞에서 기술 차별성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을 밝혔다. 어떤 곳들이 참여했는지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좋다. 무려 40개 스타트업에 대한 개괄적 설명이다.
<컴업이 점찍은 40개 스타트업, 하나하나 뜯어보니 ①
컴업이 점찍은 40개 스타트업, 하나하나 뜯어보니 ②
컴업이 점찍은 40개 스타트업, 하나하나 뜯어보니 ③>
위 사진은 40개 스타트업 중 한 곳인 플리퍼코퍼레이션이다. 창업자인 석정웅 대표가 자사 대표 서비스인 ‘나초코드’를 설명하고 있다. “URL 링크만 있다면 지금 직접 앱 출시가 가능하다”는 식의 노코드 앱 빌더로 개발사의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석 대표는 “타사 대비 경쟁력”을 묻는 심사역의 질문에 “수많은 개발자가 쓰는 자바스크립트 베이스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많은 개발자가 흔히 쓰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 만큼 시장 접근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국외 여러 스타트업도 부스를 꾸리고 손님을 맞았다. 아래는 중국 로봇 스타트업 유니트리가 만든 이족보행 로봇이다.
누워있길래 태업하는 줄 알았는데, 엔지니어가 달래니 잘 걷는다.
유니트리는 사족보행, 이족보행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주로 만든다. 국내서는 로아스와 손잡고 로봇 유통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신지호 로아스 매니저는 “이족 보행 로봇이 다른 이들이잡아줘야 하거나 동작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유니트리는 그런 문제를 많이 해소하고 혼자 독립적으로 흔들림 없이 잘 걷는다”라고 기술 강점을 설명했다.
컴업이 지속적으로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부스도 참가자도 외국인이 눈에 많이 띄었다. 발표자도 마찬가지인데, 알리아 압둘라 알마즈루이 아랍에미리트(UAE) 경제부 창업담당관은 “UAE에서는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의 94%를 차지하며, 비석유 GDP의 63.5%를 차지한다”고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UAE는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교량 역할에, 5억명이 넘는 인구에 접근할 수 있는 광대한 시장”이라고 스타트업에 UAE가 매력적인 곳이라는 점을 앞세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