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스타트업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수한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위해 조만간 우리 인사 담당자가 현지를 방문할 예정입니다.”(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한국에는 인공지능(AI)·콘텐츠·게임 등 분야에서 우수한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사우디에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을 찾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신흥 시장인 만큼 현지 진출한 스타트업은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카마르 아프타브 와에드벤처스 투자 매니저)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컴업 2024’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 단연 화두였다. 박 대표와 아프타브 매니저는 ‘국경을 넘는 혁신’을 주제로 한 키노트 세션에서 하나같이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해외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억 달러(약 716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와에드벤처스는 사우디 석유기업 아람코 산하 벤처캐피털(VC)로 올해 7월 리벨리온에 200억 원을 투자했다. 리벨리온은 최근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을 통해 국내 최초 AI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돼 주목 받았다. 박 대표는 스케일업 비결에 대해 “우수한 기술을 확보한 후 외부와의 협력 관계를 잘 구축해야 한다”면서 “사업 목표가 맞는 해외 VC를 만난다면 단순 투자자가 아닌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컴업 2024에서는 한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해외 스타트업 대표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인도 스타트업 ‘아바타 스킨케어 테크놀로지스’의 사움야 미스라 최고경영자(CEO)는 “인도에서 AI 기반 고객 맞춤형 피부관리 어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뷰티 시장이 큰 국가인 만큼 내년 한국에서 앱을 출시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해외 관심은 행사 규모로도 확인할 수 있다. 주관 기관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 따르면 총 260여곳의 스타트업이 이번 전시에 참여한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해외 스타트업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인도·일본·스웨덴은 국가관을 개설해 자국 스타트업 홍보에 나섰다. 약 70명의 해외 주요 VC 관계자들도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컴업을 찾기로 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해외에서 온 주요 참석자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K스타트업을 알렸다. 오 장관은 컴업 2024 개막식에서 “진정한 혁신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대한민국을 스타트업의 이상적인 목적지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을 글로벌 4대 벤처투자 강국으로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우수한 외국인 창업가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을 약속했다. 개막식 후에는 라이온로보틱스 등이 차린 부스를 방문해 알리아 마즈루이 UAE 경제부 기업가정신 특임장관에게 스타트업 제품에 대해 직접 영어로 설명했다.
올해 컴업은 12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행사 기간 ‘딥테크’와 ‘인바운드’, ‘지속 가능한 혁신’을 세부 주제로 스타트업 전시, 콘퍼런스, 기조연설, 기업설명회(IR) 피칭, 스타트업 법률 상담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혼란스러운 정국 와중에도 예정대로 개최된 만큼 행사를 차질없이 마무리 짓겠다는 게 주최 측 방침이다.